‘체력 업그레이드 OK.’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경기장에 나타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은 여느 때와 달리 상당히 긴장돼 있었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월드컵 16강의 전제조건인 체력강화를 목표로 ‘파워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지옥의 테스트’로 알려진 ‘셔틀런(Shuttle Run·왕복달리기)’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굳은 얼굴의 선수들은 2개조로 나뉘어 가슴에 심박수를 잴 수 있는 띠를 두르고 ‘공포의 삑삑이’라 불리는 앰프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버저소리에 맞춰 20m를 수차례 왕복(편도로 4, 5, 6, 7, 8회)해 달리고 일정시간 쉰 뒤 다시 달리는 일종의 인터벌 훈련을 계속했다. ‘셔틀런’은 처음엔 조깅식으로 달리지만 횟수를 반복하면서 계속 스피드를 올려가야 되기 때문에 선수들에겐 ‘지옥의 왕복 달리기’로 알려져 있다.
이날 테스트에선 ‘영건’ 차두리가 151회까지 살아남아 ‘체력왕’이 됐다. 강철체력으로 알려진 이천수를 포함해 설기현 이영표 박지성 송종국 등은 1조에서 테스트를 받았는데 앰프가 고장나는 바람에 137회에서 끝내야 했다.
이날 이운재와 최은성 염동균 등 골키퍼가 104회에 탈락했고 윤정환이 118회에 탈락했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3월 유럽 전지훈련때 최고였던 128회에 근접해 체력이 상당히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120회를 못넘긴 선수는 6명. 유럽 전지훈련땐 100회를 넘긴 선수가 5명에 불과했다. 이날은 ‘노장’ 황선홍도 138회를 뛰었고 홍명보도 131회를 뛰어 거스 히딩크 감독을 기쁘게 했다.
히딩크 감독은 “겉으로 나타나는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운동수행중과 휴식중의 심박수변화를 체크해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내야 체력이 어느 정도 향상됐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이먼드 베르하이옌 체력훈련 전문트레이너는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아주 좋아졌다”고 말했다.
셔틀런은 왜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축구에 필요한 근력과 근지구력, 전신지구력은 물론 민첩성과 스피드를 향상시키기에 가장 좋은 훈련이라고 말한다. 체육과학연구원 이종각 박사는 “대회가 다가올수록 근지구력보다는 스피드와 민첩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셔틀런은 바로 근지구력을 유지시켜주면서 스피드와 민첩성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축구에 필요한 모든 체력적 요소가 포함된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