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를 더 ‘매트릭스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1999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4억5900만달러(약5800억원)를 벌어들인 블록버스터 영화 ‘매트릭스’의 속편 두 편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폭스 스튜디오에서 극비리에 촬영 중이다.
2003년 5월 개봉 예정인 2편 ‘매트릭스-리로디드’(Matrix-Reloaded)와 3편 ‘매트릭스-레볼루션’(Matrix-Revolutions).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이 달로 예정된 예고편 발표를 앞두고 기자들의 취재 요청이 쇄도하자 ‘개봉 직전까지는 영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취재 내용을 타사 기자들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뒤에야 타임지 제스 캐글 기자에게 현장 방문을 허용했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연
키아누 리브스
13일자 타임지에 실린 ‘매트릭스 다시 뜬다’(The Matrix Reloads)제목의 기사에서 캐글 기자는 엄격하게 보안이 유지된 가운데 실시된 제작현장 투어에서 수집한 정보를 짜깁기해 ‘매트릭스’ 2, 3편의 내용을 맛베기로 보여줬다.
‘대박’ 터지면 즉석에서 속편을 내 놓는 ‘록키’류의 영화와 달리 ‘매트릭스’는 기획단계부터 ‘트릴로지’(3부작) 구조로 대본이 쓰여졌다.
컴퓨터 해커인 ‘니오’(Neo·키아누 리브스)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상을 지배하는 전지전능한 컴퓨터들을 설득해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게 전체 줄거리. 차가운 컴퓨터 세상을 주무대로 삼을 2편과 곳곳이 그을리고 연기가 풀풀 나는 현실을 배경으로 할 3편에서 니오는 1편에서와 같이 어설픈 ‘원투 펀치’와 뒤돌려차기로 컴퓨터 바이러스 ‘스미스’(휴고 위빙)와 혈투를 벌인다. 제작현장에는 스미스와 똑같이 만든 라텍스 재질의 인형이 10여 개가 놓여 있었다. 2편에서 스미스는 자기복제능력을 갖춘 업그레이드된 바이러스로 재등장한다.
땅에 패인 구덩이에서 스프링클러가 뿌리는 인공비를 맞는 3편의 한 장면 촬영을 막 끝낸 리브스는 “1편은 탄생, 2편은 삶, 3편은 죽음에 관한 것”이라며 짧게 한 마디하고 옷을 말리기 위해 트레일러에 올라탔다.
등장인물은 1편과 대동소이하다. ‘모피우스’역의 로렌스 피시번, ‘트리니티’역의 캐리 앤 모스가 그대로 출연하며 모피우스의 옛 애인 ‘니오브’역에 재다 핀켓 스미스가 새롭게 등장하는 정도.
거의 모든 영화에서 총알 피하는 사람은 상체를 뒤로 젖히며 두 팔을 휘젓게 만든, 1편에서의 기발한 상상력과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을 속편이 능가하지 못하면 관객이 실망하지 않을까?
시각효과 담당 존 게타는 “특수효과 기술의 수준이 1편보다 진보했다”며 “‘최고’인 동시에 ‘초현실적’인 액션을 관객에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는 속편 제작비로 3억달러(약3800억원)를 쏟아붓는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