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2, 3주 전이면 영화사들은 시사회를 마련하죠. ‘따끈 따끈한’ 영화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건 ‘기자 시사’와 ‘배급 시사’입니다.
기자 시사는 말 그대로 각 언론사의 영화 담당 기자를 대상으로 하고, 배급 시사는 그 영화의 상영 여부를 결정하러 온 극장 관계자가 대상이지요. 기자 시사나 배급 시사는 주로 낮에 하고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시사’는 저녁시간 맨 마지막 회에 합니다.(이 때가 극장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죠.)
일반 시사와 달리 기자 시사는 분위기가 ‘썰렁’합니다. 웬만해서는 놀라지도(공포영화), 울지도(멜로 영화), 웃지도(코미디 영화) 않지요. 다들 어찌나 진지한지…. 아무래도 영화를 즐기려고 본다기 보다는 ‘업무차’ 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기자 시사에서도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심지어 별로 웃기지도 않는 장면에서 요란한 웃음이나 박수도 터져나오죠.
‘울랄라 시스터즈’의 기자 시사 때도 평소와는 반응이 달랐는데요, 홍보사에 물어보니 주인공인 김원희씨와 김민씨의 팬클럽 회원 100여명을 초청했었더군요. “기자들의 무거운 분위기를 ‘업’시키기 위해 팬클럽을 초청했다”고 하데요. 일종의 ‘바람잡이’인 거죠.
코미디 영화의 경우 이렇게 일반 관객을 ‘심어 놓는’ 경우가 많지요. 한마디로 “(기자들은) 안 웃어도, 일반 관객은 이렇게 재미있어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섭니다. 팬들은 개봉 안한 영화를 미리 공짜로 보는데다, 좋아하는 배우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만큼 대개 분위기가 뜨고 반응도 좋을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간혹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 시사임에도 영화사측이 팬클럽을 너무 많이 불러 오히려 업무상 봐야 하는 기자들이 영화를 못보는 경우죠. 올 초 개봉했던 어느 외화가 그랬지요.
송승헌씨의 대만 소녀 팬클럽이 ‘원정 시사’를 왔던 ‘일단 뛰어’ 시사회도 팬클럽이 메인 관을 차지하는 바람에 자리를 못잡은 상당수 기자들은 영화사측이 예비로 잡아 놓은 별도의 관에서 봤지요. 외국의 경우는 ‘바람잡이’를 섞어 놓는 일은 없습니다. 기자에게는 영화보는 것도 엄연한 일인 만큼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죠.
옆에서 아무리 바람잡아도 끄떡없는 저로서는, 그저 영화를 좀 조용히 봤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