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선출 서울대회에서 마지막 경선 유세를 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10일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만 하면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돼 '대권 재수'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눈 앞에 드러난 이 후보의 대권 가도는 그리 순탄치 않다. 일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양자 대결구도를 구축하긴 했지만, 6월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서는 대선 구도 자체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다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지는 이미 오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 후보의 지지기반을 잠식하는 '제 3의 후보' 또는 '제 3의 연대'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회창의 과제와 선택=무엇보다 경쟁자인 노 후보와 아직도 10% 포인트 안팎의 지지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97년 대선 패인 중 하나였던 귀족풍 인상도 여전하고, 젊은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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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브레인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이 후보의 당면 최대과제로 '국가경영 비전과 능력에 대한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일'을 꼽았다. "노 후보의 장점이자 단점인 원광석 같은 정제되지 않은 이미지에 맞서 이기려면, 다단계 검증 과정을 거친 이 후보의 원숙함을 부각시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얘기였다.
특히 유권자의 51.4%(2000년 16대 총선 당시)를 차지하고 있는 20, 30대 젊은층 공략은 당면과제 중에서도 급선무.
김무성(金武星) 의원이 이끄는 기획팀은 이를 위해 노무현 바람의 주역인 30대 메인 스트림(주류)의 가치관과 생활 철학 연구를 학계에 의뢰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현상뿐 아니라 바닥 원인을 파악해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유승민(劉承旼) 전 여의도연구소장의 정책개발팀은 파격적인 정책 대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보안법 중 일부 조항을 고치는 개정안이나 여성 호주제를 인정하는 법안도 검토 대상이고, 주5일 근무제나 공무원 노조 부분 허용 등 그동안 한나라당이 소극적이었던 쟁점 사안에서 'U턴'하는 방안도 숙고 중이다. 17일 국가혁신위의 개혁 과제 발표 때 이런 전향적 해법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다자구도와 반 이회창 전선= 그러나 이런 '자가(自家) 교정'만으로 험난한 대선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당장 한달 후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영남권, 특히 부산 경남(PK) 지역의 어느 한 곳이라도 시도지사를 다른 당에 내주거나, 수도권에서 절반 이상의 승리를 낚지 못하면 당 안팎의 이회창 흔들기가 본격화될 소지가 크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 등 이른바 이회창 비토 그룹이 '반창(反昌)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경선이 끝난 9일에도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노무현 후보는 DJ와 세 아들 문제를 시원하게 정리한 뒤 YS를 끌어들여 신민주연합을 만들 가능성이 많은 반면 야권은 한나라당을 빼고는 모두 '반 이회창'이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IJP(이인제+김종필) 연대가 가시화돼 충청권을 흔들 수도 있고, 미래정치연합의 박근혜(朴槿惠) 창당준비위원장까지 가세한 '보혁의 다자구도'가 출현해 이 후보의 지기기반을 위협할 수도 있다.
YS JP 등 외곽 비판 그룹과의 관계 개선을 서둘러 지지층의 외연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지만, 이 후보 진영은 아직까지 이들을 정치 원로 이상으로 예우할 생각이 없는 눈치이다. 한 특보는 "대선 이후 3김 시대는 자연스럽게 끝난다. 대선을 앞두고 3김과 못 만날 것은 없지만 노 후보처럼 '낙점만 해주십시오'라는 식으로 해서는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