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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가정의 달' 효를 생각해봅시다

입력 | 2002-05-10 17:22:00


가정의 달을 맞아서 그런지, 가족과 관련된 책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엔 어머니에 관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시대별로 어머니의 상도 달라진다는 것을 엿보게 해 준 두권의 책이 눈에 띄었는데 ‘어머니 아, 그리운 어머니’(한국문원)와 1면에 소개된 ‘엄마 없어서 슬펐니’였습니다.

전자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일생을 자식을 위해 헌신한 이 땅의 고전적 어머니입니다. 그저 자나깨나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살던 어머니들 말입니다. 그러나 둘이 벌지 않으면 과외비 대기도 힘든 요즘같은 세상에 어머니의 위상은 달라진 듯 합니다. 배우고 똑똑한 여자들이 많아진 것도 한 몫 하구요. 요즘에는 ‘아이의 인생보다 내 인생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많으니까요.

‘엄마 없어서 슬펐니’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을 이 시대의 전형적인 엄마들이라고 묶을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맹목적인 모성은 단지 신화’라고 주장하던 엄마들이 아이들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토로하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삶을 목표라기보다 과정이나 여행으로 본다고 한다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달라지는 엄마들의 자기 성찰을 들으면 문득 ‘효’(孝)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낳고 길러 주었으니까 당연히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가장 친한 친구나 후배로 생각하니, 자식에게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이 시대 젊은 엄마들이 무엇을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 지 어버이날 주간을 맞아 1면으로 골라 보았습니다. 3면에 소개된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는 진정한 의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