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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우리 고대 역사가 술술 '…삼국유사(1,2)'

입력 | 2002-05-10 17:27:00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1, 2)/고운기 지음 양진 사진/1권 415, 2권 395쪽 각 2만원 현암사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함께 우리 민족의 고전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고 있는 보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이 책은 그런 ‘삼국유사’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국유사’를 읽고 싶어도 그 맥락을 잘 몰라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으므로 저자는 그 배경을 설명하여 ‘삼국유사’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또한 140여 개에 달하는 항목을 40개의 제목으로 분류해 두 책으로 나눴는데 그 항목의 제목을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게 달아놨다.

‘삼국유사’는 13세기 말 일연에 의해 쓰여지고 그의 제자들에 의해 출판됐다고 보고, 일연의 생애와 저술에 대해서도 보충 설명을 했다. 또한 그동안 학계에서 연구된 연구 성과를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삼국유사’의 세계를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이 책의 압권은 400여 장에 달하는 ‘삼국유사’ 관련 현장 사진과 그에 대한 간결한 사진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은 학계의 최근 연구성과를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기는 하나 한국사학계의 연구성과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삼국유사’의 저자는 일연 혼자가 아니라 공동 편찬됐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특히 왕력편은 일연이 집필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와 그의 제자인 무극이 썼다는 대목에 대한 보충 설명이 있었으면 대중들이 ‘삼국유사’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토착신앙과 불교와의 문화접변현상을 ‘습합’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말이 아니며 일본학자들이 사용한 용어로 역사학계에서는 ‘융화’나 ‘융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구려를 북방문화, 신라를 남방문화와 관련시켜 논하고 있으나 이런 용어도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사용한 용어이므로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13세기를 중세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는 한국사학계의 연구성과와는 전혀 거리가 멀며, 오히려 일본사학계의 연구성과와 일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맛깔스런 표현으로 ‘삼국유사’를 입체적으로 재조명하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삼국유사’에 대한 연구서와 번역본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이 책은 대중적 글쓰기로써 ‘삼국유사’를 대중들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한국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