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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슬로베니아의 ‘지단’ 자호비치

입력 | 2002-05-10 17:48:00


‘유럽의 변방’ 슬로베니아는 2002월드컵에서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모습을 드러낸 인구 206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이런 슬로베니아가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면 믿겠는가?.

슬로베니아가 8강을 자신하는 배경엔 즐라트코 자호비치(31·포르투갈 벤피카)가 있기 때문이다. 자호비치는 자국 프로리그에서 단 한번도 뛰지 않았지만 슬로베니아 국민으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 국민들은 자호비치가 이번 월드컵에서 슬로베니아를 8강에 올려놓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자호비치는 별 볼일 없던 슬로베니아를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0)에 진출시키는 이변을 연출해 유럽을 놀라게 했다. 이어 월드컵 유럽예선 1조에서도 ‘원맨쇼’를 펼치며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이란 대업을 이뤄 놓았다. 강호 유고를 3위로 밀어내고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루마니아를 꺾고 본선에 진출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만큼 슬로베니아에 있어 자호비치는 축구영웅이다.

자호비치는 넓은 시야와 현란한 드리블, 정확한 패싱능력을 고루 갖춘 공격형 미드필더로 ‘슬로베니아의 지단’으로 통한다. 골을 많이 잡아낸다는 점에선 오히려 지단을 능가하고 있다. 자호비치는 팀내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지만 찬스가 오면 어김없이 골잡이로 변신한다. 유로2000 예선에서 팀의 12골중 9골을 뽑아낸데 이어 본선에선 3골을 기록하며 ‘깜짝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월드컵예선에서도 12경기중 8경기에 출전해 의미있는 4골을 잡아낼 정도여 언뜻 보기엔 스트라이커처럼 보이기도 한다.

프로에서의 활약상도 눈부시다. 16세 때 베오그라드 파티잔(유로슬라비아)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자호비치는 포르투갈의 명문클럽인 포르투에 몸담은뒤 팀에 3시즌(96∼97년, 97∼98년, 98∼99년) 연속 우승을 안겨줬다.

98∼99시즌엔 31경기에서 14골을 올려 득점왕에 올랐다. 다음 시즌 그리스 올림피아코스를 거쳐 스페인의 명문 발렌시아로 이적한 자호비치는 팀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어 내기도 했다. 2001∼2002시즌 직전에는 ‘제2의 고향’ 포르투갈의 벤피카로 이적했다.

자호비치는 다혈질이기 때문에 팬을 실망시키기도 한다. ‘욱’하는 성미에 반칙으로 퇴장당하기 일쑤다. 게다가 팬들과의 마찰문제로 팀에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출장정지 처분까지 받기도 했다.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시절엔 6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하고 시즌 중반인 99년 겨울 팀을 이탈하는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프로팀을 자주 옮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그의 플레이는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92년 11월 국가대표로 데뷔해 10년간 뛰며 슬로베니아를 ‘축구강국’으로 탈바꿈 시킨 자호비치. 과연 이번 월드컵에선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궁금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자호비치는 누구.

△생년월일〓1971년 2월1일

△출생지〓슬로베니아 마리보르

△체격〓1m80, 76㎏

△포지션〓공격형 미드필더

△경력〓베오그라드 파티잔(92∼93·유고) 빅토리아 구이마레즈(93∼96) 포르투(96∼99·이상 포르투갈) 올림피아코스(99∼2000·그리스) 발렌시아(2000∼2001·스페인) 벤피카(2001∼2002·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