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대통령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최고위원을 선출, 본격적인 대선 체제를 구축했다. 행사장을 메운 1만3000여명의 대의원들은 ‘이회창과 함께 정권창출’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돋웠다.
▽후보수락연설〓이 후보는 “97년 대선에서 패하고 야당이 되었을 때 총풍 세풍 등으로 모진 핍박을 받았을 때 여러분은 저를 일으켜 주었다”고 말한 대목에선 목이 메는지 잠시 연설을 중단했다.
대의원과 당원들이 파란색 손수건을 흔들며 ‘이회창’을 연호하자 그는 “당과 국가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답했다. 27분의 연설 동안 20여차례의 박수가 터졌다. 이 후보는 연설 후 “국민을 하늘같이 떠받들고 국민을 위해 뛰라는 의미로 온 마음을 바쳐 국민께 큰절을 올리겠다”며 앞으로 나아가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연단에는 소녀가장과 장애인, 실향민, 실업자 가족, 영호남 커플 부부의 자리를 마련해 서민과 함께 하는 전당대회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후보는 연설 후 장애인의 휠체어를 직접 밀고 퇴장했다.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이 후보가 오늘 국민께 한 약속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나로 뭉치자”고 말했고,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지역과 세대, 계층을 넘어서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정부를 이회창 대통령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희(李祥羲) 의원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듯 이회창 대통령을 만들자”고 말했다.
▽최고위원 경선〓17명의 최고위원 경선 후보들은 저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공격했다.
홍준표(洪準杓) 후보는 “노무현 돌풍의 본질은 (우리 당의) 변화의 거부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대의원 여러분의 손으로 당 지도부의 절반을 교체하자”고 주장했다. 강재섭(姜在涉) 후보는 “노무현 후보는 생명력이 짧은 유전자 조작 생명체에 불과하다”며 “강재섭을 스타로 키워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외쳤다.
대의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후보들의 튀는 행동도 잇따랐다. 서청원(徐淸源) 후보가 웃옷을 벗으며 “팔을 걷어붙이고 정권교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다음 차례인 김기배(金杞培) 후보는 자신의 벗겨진 이마를 가리키며 “저는 이미 머리를 벗었습니다”고 응수했다.
초재선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 대표로 출마한 김부겸(金富謙) 후보는 “후보 앞에 ‘분위기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예스 맨’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홍일점인 김정숙(金貞淑) 후보는 “남성 주역 정치를 청산하고 깨끗하고 도덕적인 정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원외인 이해구(李海龜) 후보는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원외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