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이면 일본영사관에….”
8일 오후 탈북자 일가족 5명이 중국 선양 주재 일본 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실패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일본에는 한순간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반갑지 않은 손님’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일본 외교에 어떤 불똥을 튈지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중일 국교정상화 30주년을 맞아 모처럼 중국과 우호무드가 조성되고 있는데다가 최근 북한과 적십자회담이 재개되는 등 북-일대화도 어렵게 물꼬가 트였기 때문.
실제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보면 억지로 등을 떼밀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본 영사관이 사건 당시 중국 경찰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해도 정부는 사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당일 밤 “잘 조사해서 냉정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는 소극적인 발언에 그쳤다.
외무성은사건발생2시간이지난오후 5시에도기자회견에서“5명이침입하려다중국경찰에잡혔다”“담을넘어들어가려던것같다”며사실과다른내용을 밝혔다.
중국측에 대한 탈북자 인도요구도 그렇다. 처음엔 영사관내 비자신청 대기실에서 체포된 두 사람만 거론했다가 출입문 안쪽에서 끌려나간 세 사람도 포함시켰다. 일본은 그러면서 외국공관 불가침 원칙을 규정한 빈협약을 위반했다는 ‘주권침해’만 강조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 일본 정부와 여당은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이번 국회회기내 유사법제 입법화를 강행중이다. 이는 외국의 침략 등 유사시 자위대의 활동확대 등을 규정한 것으로 주변국은 물론 야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유사법제뿐만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 문제 등 주변국을 무시한 채 우경화로 치닫던 일본이 탈북자 문제에서만 주변국을 의식하는 것은 너무 자국 중심적이다. 정부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강경책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본심’으로 믿는 시각은 별로 없는 듯하다. 탈북자 처리과정에서 일본이 국제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보여줄지가 주목된다.
도쿄〓이영이특파원기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