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만화시장의 반을 명랑만화가 차지한 1950∼80년대, 우리나라의 만화 시장은 대본소 만화와 신문, 잡지 만화로 양분돼 있었다.
그러나 신문 잡지에 연재되던 만화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단행본으로 묶인 게 없다. 한국 만화사의 반이 날아간 것이다. 날아간 반을 되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부천만화정보센터 등도 수준 높은 작품은 외면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과거 자료를 모아 놓는데만 급급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의욕적으로 펴낸 ‘다시 보는 우리 만화’는 ‘1950∼1969년’이라는 부제를 달고 이 기간 한국 만화의 주요 작품을 모두 정리한 책처럼 보이지만 신문·잡지 만화는 없다. 대본소 만화도 작품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수록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한국만화박물관 만화의 집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꺼벙이’(길창덕), ‘도깨비 감투’(신문수), ‘두심이 표류기’(윤승운), ‘5학년 5반 삼총사’(박수동) 등 잡지 만화 복원에 주력하고 있는 바다그림판이 출판한 ‘수리수리 맛소금’(박무직)은 명랑만화의 전통을 이어 받은 최근 작품이다.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상징화된 스타일, 일상에서 발견하는 잔잔한 에피소드, 유머와 교훈이 함께 하는 이야기, 평범함 속에 빛나는 아이디어, 반전과 반복의 재미 등 명랑만화의 요소가 곳곳에 배어있다. 사실 이 넉넉하고 오래됐으며, 친숙한 ‘명랑만화의 맛’은 일본만화의 범람으로 종말을 고하고 말았는데, ‘수리수리 맛소금’에서 요리라는 색다른 주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수리수리 맛소금’에서 박무직은 윤승운에 대한 오마주가 분명한 레스토랑 윤에서 일하는 꼬마요리사 승운을 주인공 삼아 잔잔한 에피소드 12개를 모았다. 한국 유일의 아동만화잡지 ‘팡팡’에 1년 간 연재한 뒤 단행본 출판을 위해 디지털 컬러링 작업을 추가했다. 흑백과 여백이 주는 상상력의 즐거움을 즐기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컬러가 다소 거슬린다. 즐거움을 일으키기 위해 극적인 재미 보다는 그때 그때 해프닝에 지나치게 기댄 면도 있다. 작가 박무직이 명랑만화의 복원이라는 험난한 길을 걸어가려면, 명랑만화가 해프닝이나 독특한 표현만이 아닌 풍부한 서사와 치밀한 플롯이 더해져 완성된다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명랑만화’의 전성시대를 복원하는 첫 번째 시도다. 명랑만화의 전성시대를 살았던 30대 독자들은 이 만화를 통해 명랑만화의 전성시대의 ‘컴백’을 꿈꿔보자.
만화평론가·청강문화산업대 교수
enterani@yahoo.co.kr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