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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미술의 거리'로…

입력 | 2002-05-12 17:28:00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킨 새 서울시립미술관 전경


덕수궁 돌담길에 번져가는 미술의 그윽한 향기.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유준상)이 서울 중구 서소문동 덕수궁 돌담길의 옛 대법원 자리로 옮겨 17일 재개관한다.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종로구 신문로 경희궁터의 옛 서울고 본관 건물을 임시로 사용해왔던 시립미술관이 이제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의 대표적 미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3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지상 3층, 지하 2층의 미술관 건물은 과거와 현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옛 대법원 건물은 일제가 1928년 지어 광복 때까지 경성재판소로 사용했던 공간. 이 건물을 그대로 살리고 내부만 개조하려 했으나 건물이 워낙 노후해 새로 짓게 됐다. 대신 이 근대건축물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대법원 건물 전면 벽체(파사드·facade)는 그대로 보존해 되살리고 나머지 공간은 새로 건축했다.

파사드와 같은 방향인 가로 벽체는 과거를 상징하는 돌을 사용하고 세로 벽체는 현재 혹은 미래를 상징하는 금속 신소재를 사용해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꾀했다. 파사드와 그 뒤에 새로 지은 건물 사이의 통로 공간은 천장을 유리로 처리해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눈부신 빛의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총 4064평의 미술관은 중앙홀과 6개의 전시실, 자료정보실, 예술체험공간, 기념품코너, 카페테리아 등으로 이뤄져있다. 이 중 전시면적은 900여평. 중앙홀은 15m 높이의 공간으로 꾸며 거대한 입체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6개의 전시실은 각각 크기와 형태 높이 바닥마감 등에 변화를 주어 다양하고 역동적인 전시가 가능토록 꾸몄다. 공연무대가 마련된 옥상과 카페테리아에서 덕수궁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천경자의 '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작·위)와 '겨울 후지'(1984년작)

개관기념전으로는 ‘한민족의 빛과 색’과 ‘천경자의 혼’전이 열린다. 7월5일까지 계속되는 ‘한민족의 빛과 색’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전통문화 등을 망라한 150여점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색과 그 의미를 탐색한다.

2층 천경자실에서 열리는 ‘천경자의 혼’은 상설 전시다. 이 전시엔 천화백이 1998년 기증한 작품 93점이 선보인다.

한국 화단에 천경자라는 이름을 각인시켜준 ‘생태’(1951년작)를 비롯해 1940년대초∼1990년대 후반의 채색화 자화상 인물화 여행풍물화 드로잉 등 천경자의 강렬하고도 낭만적인 화풍을 느낄 수 있는 대표작들이다. 또한 천화백의 작업실을 재현해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02-2124-8800, 8819.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