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강하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25·전남)은 ‘숨어서 반짝이는 진주’란 평가를 받는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에서 ‘베스트11’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가운데서 주전을 꿰찼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지만 그의 존재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지도 않고 가끔씩 한방을 터뜨리는 능력도 없다. 팬들도 김남일이 나타나더라도 크게 열광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까지 말한다.
이유가 뭘까.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수비라인을 안정시킨 중심에 김남일이 있기 때문이다.사실 김남일의 플레이는 투박하다. 일부 축구전문가들은 아직 기본기도 갖추지 못했다고까지 말한다. 김남일을 선발할 때 “왜 뽑았느냐”는 비난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김남일은 남보다 두배를 뛴다. 게다가 상대를 주눅들게 하는 격렬한 몸싸움을 자랑하며 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는 기동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대처하는 침착성까지 갖추고 있다.
이 점을 눈여겨본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7월 뒤늦게 김남일을 발탁한 뒤 상대의 공격루트를 1차로 저지하고 좌우 사이드나 중앙수비가 뚫릴 것을 대비해 2차 저지선을 만드는 중책을 맡겼다. 결과는 대만족. 상대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의 전진을 미리 잘 차단해냈고 뚫렸을땐 수비수과 유기적인 자리바꿈으로 2선을 지켜줬다. 이때부터 김남일은 매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16차례의 A매치 중 부상으로 못뛴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뛸 정도로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그동안 수비에 치중했던 김남일은 지난달 27일 중국전에선 좌우 미드필드와 날개로 이어지는 절묘한 패스는 물론 최전방에 까지 파고들어 슈팅을 날려 공격적인 플레이까지 가미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전을 관전했던 폴란드대표팀의 에드바르드 클레인딘스트 코치는 김남일에 대해 “상대의 패스를 한발 앞서 차단해 역습으로 연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근성과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등은 현대축구가 원하는 ‘압박축구’의 전형이다”라며 “동양에도 저런 선수가 있느냐”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믿는만큼 주문도 많다. 히딩크 감독은 현재 계속되고 있는 대표팀의 서귀포훈련에서 김남일에게 ‘템포조절’까지 요구하고 있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거나 우리팀이 지쳐있을 땐 상대 공격을 차단한뒤 한템포 줄이며 볼을 돌리는 여유를 찾을 것을 지시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김남일은…
△생년월일〓1977년 3월14일
△체격〓1m80, 75㎏
△포지션〓수비형 미드필더
△출신교〓부평초→부평동중→부평고→한양대
△현소속〓2000년 전남 드래곤즈 입단
△A매치 기록〓21경기 출전 1골(2001년 11월10일 크로아티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