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이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에 진입했던 탈북자의 연행에 동의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이어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 데도 일본 정부는 구차하게 상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주 탈북자 5명이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한 이후 여러 번 말을 바꿔 국내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다. 2명만이 진입했다고 하다가 5명 모두 들어갔다 중국 공안에 의해 끌려나오는 모습이 TV에 보도되자 상황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며 말을 뒤집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연행 동의 여부에 대해서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나 중국의 발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본 스스로 이런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북자 처리는 보편적 인권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일본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외국 공관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관련국가나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인류가 베풀어야 할 온정이다. 일본이 인류의 소명(召命)을 무시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탈북자들을 중국 공안당국에 넘겨준 것이 사실이라면 아시아의 대표국가로 자처할 자격이 없다.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겠다는 꿈도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일본이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그렇게 했다해도 용납하기 어렵다. 일본의 태도는 똑같이 탈북자가 뛰어드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그들을 받아들인 스페인 미국과 대비된다. 일본은 미국이나 스페인만큼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할 수는 없다고 자인하겠다는 것인가.
이 같은 의문이 풀리지 않는 한 치외법권 침해에 대해 중국에 항의하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일본의 태도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이중 플레이로 비칠 뿐이다. 일본은 이제라도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