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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산 시인'의 노래

입력 | 2002-05-13 15:45:00


‘어떤 얼굴로 당신을 만날까요/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잠 못 이루고 밤새 뒤척거려서/어두워 보이긴 정말 싫어요/두번 다신 못 볼 거라고/그렇게 체념하며 살았었는데/꿈결처럼 나 당신의 손을 잡고/울고 있네요/이대로 함께 살고파요/하지만 다시 헤어지라 하네요/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는데/통일되는 날 우리 다시 만나요….’

지난달 말 제4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으로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이산 시인’ 정귀업(鄭貴業·75·전남 영광군 염산면·사진) 할머니의 사연을 담은 노래가 인터넷에 띄워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노래듣기

민중가요를 주로 만들었던 윤민석씨(36)가 작사 작곡하고 양윤경씨(31·여)가 부른 이 노래의 제목은 ‘서글픈 만남-정귀업 할머니 이야기’.

서정적인 가사와 양씨의 서글픈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 이 노래는 52년 전 헤어졌던 북한의 남편을 만나 토해냈던 정 할머니의 애달픈 사랑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인터넷 음악 제작사인 ‘노래로 가꾸는 희망의 숲’에서 만든 이 노래는 음악 사이트(www.songnlife.com)에 접속하면 들을 수 있다.

제작팀은 “정 할머니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행복한 만남을 기원하는 뜻에서 노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친척이 녹음해 준 노래를 들었다는 정 할머니는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허전함을 채워주는 것 같다”며 “수많은 이산가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노래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광〓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가사 전문▼

서글픈 만남-정귀업 할머니 이야기

어떤 얼굴로 당신을 만날까요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

잠 못 이루고 밤새 뒤척거려서

어두워 보이긴 정말 싫어요

두 번 다신 못 볼거라고

그렇게 체념하며 살았었는데

꿈결처럼 나 당신의 손을 잡고

울고 있네요

이대로 함께 살고파요

하지만 다시 헤어지라 하네요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통일되는 날 우리 다시 만나요

그 때까지 꼭 살아 계세요

사랑해요 부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