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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월드컵을 통해 본 광학기술의 발전사

입력 | 2002-05-13 17:39:00

프랑스월드컵 프랑스와 덴마크 경기에 앞서 세계에서 모여든 사진기자들이 초망원렌즈를 든 채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겨루는 광학전쟁.’ 전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자웅을 겨루는 월드컵. 현대 축구기술의 역사는 바로 월드컵의 역사이다. 4년마다 벌어지는 월드컵에서 우승국들은 다음 4년 동안 전세계에서 유행할 축구 전술을 선보여왔다. 90년 대회에서는 미드필드부터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독일의 ‘압박축구’, 94년에는 수비와 공격의 간격을 최대한 줄인 브라질의 ‘콤팩트축구’, 98년 월드컵을 통해서는 각 선수의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조직력을 극대화한 프랑스의 ‘기술축구’가 탄생했다.

축구 못지 않게 월드컵을 통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돼 온 것이 있다. 바로 ‘광학’ 기술. 카메라 촬영기기는 ‘멀리 있는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크고 정확하게 잡기 위해 개발돼 왔다. 특히 축구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육상의 100m 못지 않게 빠를 뿐만 아니라 커다란 경기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망원렌즈의 초점기능과 순간포착 기능이 중요하다.

월드컵 경기를 정지된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진기자들. 이들은 망원렌즈 장착이 쉽고 흔히 ‘수동카메라’라고 불리는 ‘일안리플렉스(SLR)’를 취재장비로 쓰고 있다. 세계 축구의 양대산맥이 유럽과 남미라면 세계 SLR 시장에는 캐논과 니콘이 있다. SLR의 역사는 캐논과 니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 업체는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며 경쟁해 왔다.》

90년 월드컵에 맞춰 개발된 니콘 F4S

▼90년 이탈리아 대회▼

초당 5컷을 연속해 찍을 수 있는 모터드라이브를 내장한 캐논의 EOS-1과 니콘의 F4가 등장했다. 연속 촬영으로 순간 포착이 더 쉬워졌다. 특히 F4는 셔터다이얼 조리개 링 등 기존의 기계식 카메라 장치에 자동노출 기능 등 전자식 카메라의 편의성이 더해져 당시 사진기자들에게 ‘환상의 카메라’라는 찬사를 들었다.

▼94년 미국 대회▼

300㎜ 이상의 망원렌즈를 쓸 경우 선수들의 움직임을 크게 확대해 촬영하기 때문에 조금만 초점이 부정확해도 ‘희미한’ 사진이 되고 만다. 이 때문에 스포츠 사진기자들은 초점 맞추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94년 월드컵 취재를 맡은 사진기자들은 초점 링을 손으로 돌려가며 애쓸 필요가 없었다. 캐논이 선보인 ‘자기 부상 초음파모터(USM)’렌즈 때문. ‘자기 부상’ 방식은 전자석의 S극과 N극이 서로 밀어내는 원리를 이용한 것. TGV같은 고속전철이 시속 300㎞에 이르는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이 방식으로 열차가 레일 위에 마찰 없이 떠 있기 때문이다. 초점 링이 렌즈 주위에 떠 있어 마찰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초고속 자동초점(AF)이 가능해 진것. 이 렌즈는 AF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톱니바퀴’ 방식이었던 이전 AF렌즈로는 축구선수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초점을 맞출 수 없었다.

▼98년 프랑스 대회▼

AP AFP 등 외신들이 처음으로 모든 취재를 100% 디지털 카메라로 한 첫 월드컵. 캐논, 니콘의 몸체에 미국의 필름회사 ‘코닥’이 개발한 대형 ‘디지털팩’을 장착한 카메라가 등장해 ‘현장 실시간 마감’ 시대를 열었다. 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한국의 사진기자들은 한 대에 2만달러가 넘는 이 장비를 ‘감히’ 이용할 수 없었다.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나온 캐논 EOS-1D

▼2002 한일월드컵▼

캐논과 니콘이 전문가용 디지털 SLR 카메라 시장의 미래를 두고 치열한 승부를 벌일 전망. 캐논은 EOS1-D와 EOSD-60을, 니콘은 D1H를 ‘선수명단’에 올렸다. 이 카메라들은 필름카메라와 비슷한 무게와 크기이면서도 필름을 스캔받은 것보다 색감과 화질이 더 뛰어나 사진기자들에게 ‘대형 스타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 EOS1-D는 1초에 8컷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촬영 속도가 빨라 독자들은 더 생생하게 포착된 경기 장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 캐논과 니콘은 경기가 벌어지는 한국과 일본 축구장의 미디어센터에 장비점검 렌즈무료대여 등을 하는 수백명의 직원을 파견해 ‘서비스’ 경쟁을 벌인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