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열을 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축구광’ 서동영씨(37)는 어렵게 상암구장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전과 외국팀끼리 격돌하는 제주 서귀포구장 입장권 각 3장을 구매했다. 21세기 첫 월드컵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축구대잔치. 서씨는 아내(35) 아들(8)과 함께 세계적인 축구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설렌다.
평소 사진찍기를 좋아했던 서씨는 월드컵기간에 추억으로 간직할 기록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카메라를 경기장 안으로 가지고 갈 수 있을지, 기념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궁금하기만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일반 관중이 신문에 나오는 경기 모습 같은 사진을 촬영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월드컵에는 수만명의 내외국인들이 몰리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의 안전을 위한 통제와 질서유지가 최우선. 테러 방지는 물론 ‘폭력 축구팬’ 훌리건들의 난동과 극렬팬들의 돌출행동에 대비해 관람석 주변 곳곳은 정·사복 경찰요원과 자원봉사 통제요원 등이 겹겹이 에워싸게 된다.
그라운드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취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언론사 소속 사진기자들조차 사실은 엄격히 정해진 동선으로만 이동할 수 있으며 여러 규정에 의해 통제받는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기념사진조차 찍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간단하고 손쉽게 가족들의 기념사진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카메라 장비의 경기장 내 반입은 원칙적으로 막지는 않는다. 그러나 폭력사태 발생시 언제든지 ‘무기’로 이용될 수 있는 카메라 받침 삼각대(트라이포드)는 반입이 금지된다. 단 다리 하나짜리 받침대(모노포드)는 허용된다.
우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없는 경기시작 전과 전반전 뒤 하프타임 등은 움직임이 제법 자유롭다. 이때 자리를 옮겨 월드컵경기장의 화려한 조명과 초록빛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한 컷 찰칵 눌러보자. 관중석은 어둑어둑하지만 그라운드의 조명은 워낙 밝아 자동카메라의 경우 ‘대낮’으로 인식, 플래시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는 강제발광(FILL-IN) 모드로 바꿔 플래시 빛으로 가족들의 얼굴을 밝게 살려주자. 자동카메라의 플래시조명은 2∼3m가 적당하다. 1m 이내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면 얼굴이 하얗게 나올수 있고, 4∼6m 이상은 아예 빛이 가질 않아 어둡게 나온다.
자동카메라로 선수들의 격렬한 움직임까지 관람석에서 찍기는 어렵다. 300㎜이상의 망원렌즈와 450분의 1초나 500분의 1초까지 고속 셔터조작이 가능한 전문가용 카메라가 필요하기 때문. 300㎜이상의 망원렌즈를 가져 가서 관람석에서 사진촬영을 한다 해도 장비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주변 관중들의 경기 관전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의 안전담당 김한식씨는 “원칙적으로 망원렌즈를 통제하진 않지만 FIFA측 파견직원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될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제지할 수도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 전후 서귀포 나들이도 서씨 가족의 중요한 일정. 가족들끼리 경기시작 전에 주변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경기장 입장은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가능하다. FIFA 관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이라며 극찬한 서귀포 경기장을 배경으로 찰칵.
이때 유의할 점은 배경으로 활용할 월드컵 경기장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것. 서씨 가족은 카메라 앞 2∼3m 정도에 서야 한다. 그래야 가족들의 예쁜 표정이 크게 나오면서 멀리 있는 경기장이 병풍처럼 배경이 되는 좋은 사진을 기대할 수 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