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실수(stupid error)를 줄여라.”
제주 서귀포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한국축구대표팀 ‘전사’들이 최근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부쩍 자주 듣는 말은 “실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말하는 ‘어이없는 실수’는 경기 흐름을 끊고 팀 사기를 떨어뜨리는 실수. 히딩크 감독은 상대의 강한 수비에 막혀 공을 뺏기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압박도 없는 상황에서, 혹은 우리 선수들의 수가 상대 수비수보다 많은데 공을 뺏기는 건 어이없는 실수라고 정의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수들을 한 명씩 불러 경기 비디오를 보여주며 실수 장면을 지적해주고 있다. 각 선수의 경기 장면은 대표팀의 아트신 고트비 비디오 분석관에 의해 기술적으로 촬영된 것이다.
전날 일부 선수를 면담한 히딩크 감독은 13일에는 플레이메이커 윤정환을 불러 20여분간 ‘개인 지도’를 했다. 윤정환은 “내가 공을 기다리고 있다 패스가 끊긴 장면을 보여주며 ‘뛰지 않는 것도 실수’라는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이 지적 받은 실수는 ‘위험천만한 백패스’. 지난해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백패스가 상대 선수에게 끊겨 실점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되도록 가로패스도 하지 말고 전진 패스를 할 것을 주문했다는 것.
좌우 윙백 이영표와 송종국에게는 공격 후 빨리 수비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송종국은 “지난번 중국전 때 내가 공격에 가담했다 수비 전환이 늦어 역습 기회를 준 장면을 보여주며 ‘내 뒷 공간이 커지면 실점 위기도 커진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공격수 설기현에게는 침착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키퍼와 맞섰을 때 조급한 마음에 슈팅할 게 아니라 침착하게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슈팅할 것을 지적한 것. 설기현은 “골을 넣었을 때와 못 넣었을 때 팀의 사기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런 실수는 한 번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서귀포〓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