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광철씨(29)와 딸 김한미양(2), 부인 이성희씨(26), 어머니 정경숙씨(53), 동생 김성국씨(26)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중국 경찰에 의해 연행된 탈북자 5명이 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휴대하고 있었다고 일본 언론이 13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들의 망명을 도와온 한국의 비정부조직(NGO) 관계자가 밝혔으며 문서는 영어와 한글로 돼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문서에는 “우리는 북한에서 겪은 박해 경험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을 선택했다”며 “한국에는 좌익세력이 있어서 안심하고 살 수 없으며 작년 6월 이미 한국 망명에 성공한 장길수군의 가족을 노리고 북한이 한국에 공작원을 파견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적혀 있다.
이들은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박해, 고문, 죽음을 의미한다”며 “북한에서 동물처럼 형벌을 받느니 차라리 여기서(중국) 죽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요지.
아버지(두 살짜리 여아의 할아버지)가 정치적 성명을 내서 체포된 97년 이후 우리들은 북한에서 박해를 받아왔다. 아버지의 소식조차 모른다. 우리 가족은 97년 이후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으며 98년부터 잇따라 중국으로 탈출했다.
우리들은 지난해 6월 베이징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들어가 한국에 망명한 길수군의 친척이다. 길수군 가족의 망명 후 북한 경찰의 추적이 심해져 더 이상 중국에서 숨어 지낼 수도 없다. 중국 경찰에 잡혀 북한으로 송환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을 떠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우리들은 망명처로 미국을 택했다. 한국에는 좌익세력이 있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길수군 가족을 습격하기 위해 북한이 한국에 공작원을 파견했다는 소문도 있다. 미국에는 친척도 있어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 가서 우리들이 북한에서 받은 박해를 세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북한에 돌아가는 것은 박해와 고문과 죽음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동물처럼 형벌을 받을 바에야 여기서 죽고 싶다. 자유와 인권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은 중국에 살고 있는 수십만명의 북한주민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