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과학이 만났을 때 최후의 승자는 어느 쪽일까?
2002월드컵 개막직전 데이비드 베컴과 마이클 오언을 포함한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베컴과 오언은 축구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스타들처럼 자신을 마케팅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도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있다. 둘은 큰 부자다. 더불어 둘은 부상을 딛고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게 도와준 현대 의학에 감사하고 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현지 적응과 함께 21일 한국과의 평가전을 위해 아름다운 제주 서귀포에 짐을 푸는 동안 또 다른 ‘선수’들이 한국에 모여들 것이다. 바로 세계 로봇축구대회 참가자들로 사람 손바닥 크기의 플라스틱 전자 로봇들이다.
외람되지만 나는 이 로봇들에 회의적이다. 아쉽게도 아직 나는 이 엄청난 발명품을 만들어낸 천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종환 교수를 만나보지 못했다. 우리 모두가 10년 이내에 일상 생활에서 로봇을 인간 대용으로 쓸 것이라는 김교수의 예언을 물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대용’이다. 과학자들은 아직 인간을 복제하거나 우리 각자를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만드는 가슴과 영혼, 성격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없다. 과학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인류 최악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스포츠, 특히 축구의 미학은 인간과 인간이 펼쳐낸다는 점이다. 잉글랜드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과 한국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아무리 자신의 팀에게 완전 무결한 축구를 주문할지라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총명한 감독일지라도 펠레나 마라도나, 지단을 우뚝 서게 만든 타고난 재능을 통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결점없는 스포츠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관중의 호흡과 무관하게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낼 사람이 있을까?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지혜와 용기를 다해 맞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도 컴퓨터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핵심은 축구가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완전 무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베컴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프리킥을 찰 때도, 지단이 상대 수비수들의 생각을 읽어낼때도 완전무결이란 없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베컴은 발등뼈 골절에서 회복중이다. 선수 생명을 위협할만큼 큰 부상은 아니지만 그 시기가 문제였다. 영국인 전체는 별안간 ‘중족골’ 골절이란 어려운 의학 용어를 베컴의 부상을 통해 알게 됐다. 베컴의 몫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트드로부터 주 15만달러, 아디다스 등 스폰서 회사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끌어냈던 홍보 대행사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부상은 월드컵 개막 8주전에 일어났다. 그 정도 부상이라면 보통 의학적인 회복에 6주에서 8주 가량이 걸린다.
대학은 물론 대박을 노린 다양한 발명가들이 베컴에게 달려 들었다. 베컴은 산소가 희박한 텐트안에서 자도록 권유받았다. 고지 훈련에서처럼 신체가 더 많은 적혈구를 만들어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이어트 처방을 비롯해 수많은 약품과 재활 장치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모두가 그의 몸을 마치 김교수의 로봇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여러분이 지켜보겠지만 그의 몸은 뼈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다. 그러면 베컴의 회복에 참여했던 모든 전문가들은 자신의 발명품이 잉글랜드 축구 주장을 구해낸 과학이었다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베컴이 육체적으로 완벽한 선수인데다 인생에서 가장 혈기왕성한 때라는 것이다. 그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그는 오로지 축구만을 위해 먹고 마시고 잠들었다. 베컴같은 선수가 비만이거나 게으른 보통 사람보다 훨씬 빨리 회복되는건 당연한 일이다.
로봇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로봇 축구에는 부정한 페널티킥을 얻기 위해 그라운드에 넘어지거나 부상한 척 하는 속임수가 없을 것이다. 선수들이 기괴한 외모를 하고 있다고 벌금을 물리는 에이전트도 없을 것이며 FIFA내 권력자들처럼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측면도 있다. 베컴과 그의 동료들이 서귀포에 도착하면 누군가는 경호에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와 잉글랜드 대표팀이 또 다른 섬인 일본 아와지로 옮겨도 그들이 머물 호화 호텔은 밤낮으로 경호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일본 주최측이 그 일을 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 9.11 테러 사건 이후 누구든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지나친 두려움이 아니다. 웨스틴 아와지 호텔 총 지배인인 후지모토 신이치로 씨에 따르면 일본 여자들이 베컴과 오언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후지모토씨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들의 객실로 뛰어 들려는 여자들”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전면에 나서야할 경우는 바로 이런 때일 것 같다. 로봇 축구는 컴퓨터 체스처럼 흥미롭되 명성이나 재산에 따른 불이익이 없을 것이고 여성으로부터도 자유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