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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파란 하늘에 취하고 온천에 피로씻고 뉴질랜드 로터루아

입력 | 2002-05-14 16:01:00

로토루아의 대표적 볼거리인 간헐천. 최고 30m까지 치솟아 장관을 연출한다.


뉴질랜드에 가면 늘 질투가 난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샘나고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맑은 공기가 부럽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과 동화책에서나 보던 넓고 푸른 목장도 이방인의 눈에는 신선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한가로운 분위기는 특히 여유있게 관광을 즐기려는 나이 든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남반구에 위치해 한국과는 계절이 정반대인 뉴질랜드는 지금 완연한 가을이다. 뉴질랜드의 매력을 한 곳에 모아놓은 뉴질랜드 제1의 관광도시 로터루아로 가보자.

◆ 도시 곳곳에 유황온천 즐비

북섬의 중심지 오클랜드에서 차로 3시간가량을 달리면 진한 유황 냄새가 먼저 여행객을 맞는다. 화산지역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로터루아는 온천이 발달했다. ‘남태평양의 천연 온천’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유황온천지다.

로터루아는 유황 냄새가 시 전체를 감싸는 온천의 도시이다. 따뜻한 온천물이 샘솟는 호숫가.

노천 온천장인 ‘폴리네시안 스파’에 몸을 담그고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여독이 절로 풀린다. 북반구에 있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남십자성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로터루아는 원주민인 마오리 말로 ‘두 번째 호수’라는 뜻. 그런 이름이 붙은 곳답게 크고 작은 11개의 호수가 시 주변에 널려있다. 호수에 보트를 띄워놓고 송어 낚시를 해보자. 잔잔한 호수 한 가운데서 초록과 파랑이 선명하게 경계를 이루는 숲과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 그 맛이란…. 이렇게 한가로운 분위기에 취해 있노라면 복잡한 한국의 일상은 마치 전생의 일인 듯 까마득해진다.

로터루아는 마오리의 전통과 문화가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 민속촌인 ‘와카레와레와’에 가면 마오리들이 코를 맞대는 특유의 인사법으로 손님을 맞는다. 다정한 인사법만큼 그들의 인사말도 무척이나 정겹다. “키아 오라(Kia Ora)”. ‘안녕하세요’라는 뜻.

이곳에선 지열을 이용해 난방과 요리를 하는 마오리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흙 웅덩이와 최고 30m까지 치솟는 간헐천도 이곳의 자랑거리.

저녁 시간에는 호텔에서 진행되는 마오리 전통 공연이 여행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마오리 전사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혀를 길게 내밀면서 추는 하카춤은 흥미롭고, 감미로운 선율에 맞춰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마오리 아가씨들의 포이댄스는 아름답다. 공연 끝 무렵 공연단과 관객이 함께 춤을 추며 어울리는 시간이 되면 한국 관광객들의 적극성이 돋보인다. 공연장에선 고기 야채 등을 땅 속에 묻어 지열로 익히는 마오리 전통 음식 ‘항이(Hangi)’를 맛볼 수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만 로터루아의 미덕은 역시 ‘자연’ 그 자체다. 시내에서 단 몇 분 거리에 숲이 있고 호수가 펼쳐지는 곳. 숲길을 산책하거나 호숫가에 앉아 투명한 햇볕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줄 모른다.

◆ 마오리족 전통공연 볼만

이렇게 ‘하늘이 선사한’ 자연의 품에 안겨있다 발길을 돌리자면 진한 아쉬움이 남게 마련. 다시 돌아갈 도시의 바쁘고 복잡한 일상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질지도 모른다. 귓전에는 마오리 공연에서 들었던, 한국에서 ‘연가’로 번안된 마오리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가 계속 맴돌고….

“포카레카레 아나∼ 나 와이 오 와이아푸∼”

문의 뉴질랜드관광청:02-777-9282, www.purenz.com

로터루아(뉴질랜드)〓금동근기자 gold@donga.com

◇그곳에 가면…

누가 나보고 ‘다시 가고 싶은 나라’를 꼽으라면 나는 지금도 뉴질랜드를 우선순위 쪽에 넣고 싶다. 그만큼 뉴질랜드 여행은 내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특히 로토루아에서의 짧은 여정은 아직도 나를 추억의 뒤안길에서 가슴 설레게 하고 있다.

3년 전 7월 어느 날인가, 필자는 꿈에 그리던 신천지 뉴질랜드 관광의 첫발을 내디뎠다. 오클랜드 공항에서 곧바로 ‘세계 8대 불가사의’의 하나라는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로 직행, 그 충격적인 신비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북섬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로터루아로 이동했다.

버스로 두어 시간 넘게 달리는 동안,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의 파노라마는 신이 천국을 미리 모델 하우스처럼 보여 주려고 여기에다 전시해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환각 환시 같은 증세(?)는 로터루아에 와서 더욱더 피치를 올렸다. 레이크플라자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 일행은 사방에 보이는 기이한 현상에 다시금 두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 도처에서 하얀 연기 같은 것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어떤 곳은 마치 화재 현장을 방불케 했다.

로터루아는 인구 6만5000여명의 자연 친화적인 소도시.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도시 전체에 온천과 간헐천이 분포돼 있어 그야말로 축복받은 천혜의 관광지였다.

저녁 만찬 시간엔 호텔 레스토랑에서 별미의 식사를 즐기며 마오리 민속쇼를 보았는데, 퍽 인상적이고 아주 흥미로웠다. 쇼가 끝난 후엔 폴리네시안 온천장에서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즐거움. 온천의 수질이 좋고 특히 신경통관절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해서인지 실버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다음날은 마오리 민속촌, 진흙 열탕, 송어 양식장, 양털 깎기,양 몰이 쇼 등 로토루아 투어의 나머지 하이라이트들을 관람함으로써 우리의 감동과 흥분은 마침내 최고조에 달했다.

누가 ‘여행만큼 남는 장사는 없다’고 했던가.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뉴질랜드 로터루아 여행을 권하고 싶다.

채희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