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튀어 오르는 자동차 보닛이 교통사고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은 최신호에서 자동차 충돌시 보행자의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최신 자동차 설계에 대해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팝업(Pop-Up) 보닛’. 보행자가 자동차와 충돌하자마자 센서가 이를 감지해 보닛을 살짝 들어올리는 것이다. 보닛은 자동차 앞쪽에서 엔진을 덮고 있는 판금이다.
사람이 자동차와 정면 충돌하면 0.03초만에 무릎 아래 다리가 꺾이고 0.23초 뒤에는 온 몸, 특히 머리가 보닛과 앞 유리에 충돌한다. 보행자의 80%는 머리에 중상을 입는다.
자동차 보닛 자체는 얇은 판금이지만 문제는 그 아래 있는 엔진이다. 자동차 제작사들은보닛과 엔진 사이에 최소 10㎝의 공간을 두고 있지만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나 충돌 시 보닛이 올라가면 엔진과 보닛 사이의 공간이 훨씬 커질 뿐 아니라 머리가 자동차 앞 유리에 부딪히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보닛과 앞 유리 사이에 에어백을 터뜨리면 안전도는 더욱 높아진다.
하체가 입는 부상을 막기 위해 앞 범퍼를 더 크고 탄력적인 소재로 만들거나, 범퍼의 각도를 낮게 해 상체와 하체가 꺽이지 않게 하는 방안도 나왔다.
어린이는 범퍼에 부딪히면 차 밑으로 들어가기 쉬워 이를 막으려면 범퍼 밑에 날개 모양의 스포일러를 부착해야 한다.
이밖에 국내 대형 자동차에도 도입되고 있는 접히는 엠블렘, 레저용 차량의 2중 범퍼가 유럽을 중심으로 금지된 것도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보행자의 안전성을 고려한 설계가 도입되면 한 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보행자의 20%인 70만 명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