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이 13일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총영사관에서 벌어진 북한주민 망명 미수사건의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국 경찰의 영사관 진입과 북한주민 연행에 영사관 측이 동의한 적이 없음이 거듭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일중(日中) 간 공방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주일(駐日) 중국대사관 측도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부영사의 동의를 얻어 진입, 연행했으며 (영사관 측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의 현지 조사보고서에서 새로 밝혀진 사실은 북한주민 5명을 연행할 때 부영사가 팔을 벌려 연행을 저지하려 했다는 것. 또 부영사가 외무성과의 통화에서 “현장을 유지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밝혔다. 비자신청실에 있던 2명을 연행할 때 무장경관이 진입한데 대해서는 “부영사가 이들이 뒤따라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말도 하기 전에 끌고 나갔다”고 돼 있다.
베이징의 주중(駐中) 일본대사관 공사가 “무리하지 말라. 최종적으로 연행되더라도 할 수 없다”고 말해 영사들이 저지를 포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보고서는 “예측할 수 없는 충돌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영사들의 대응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영사관 문 앞에서 중국의 무장경관이 여자 3명을 끌어내려는 소동을 보고 “사고가 났거나, 가끔 발생하는 중국인 비자신청자들 간의 트러블로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경관의 진입이나 연행에 동의를 해준 적은 없다는 것이 일본 측의 주장이다.
그러자 중국 측은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며 재반박했다. 2명을 연행하기 위해 영사관에 들어갈 때 부영사에게 “들어가도 좋은가”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 또 2명을 연행하기 전 “연행해도 좋은가”라고 묻자 부영사가 중국어로 “좋다”고 말했다는 것.
중국 측은 또 5명을 영사관 앞에서 연행할 때 다른 부영사가 “잠깐 기다리라”고 말한 뒤 휴대전화로 상사와 상의하고 나서 연행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영사는 중국어로 “고맙다”고 두 번이나 감사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