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은 윤모씨(35·사업)는 이달 초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4.25%가 되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저금리 덕분에 그동안 월 이자부담이 50만원대에 그쳤지만 하반기에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어차피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
윤씨처럼 대출을 받았거나 대출받을 계획을 세운 소비자들은 올 한 해 대출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가 관심거리다.
▽올 한 해 대출금리는?〓 금리에 가장 민감한 채권 전문가들은 미국경기가 침체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콜금리가 한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증권 신민식 차장은 “반도체 가격이나 대미 수출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돼 국내 경기가 죽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콜금리를 한 번쯤 더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끼리 하루 동안 빌려주는 금리’인 콜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나은행 김성엽 재테크팀장은 “콜금리 인상이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고객 반응도 따지면서 금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금리를 올렸다간 고객이 외면할 수 있기 때문.
▽집값과 금리는〓금리와 집값은 거꾸로 움직인다. 금리가 떨어지면 낮은 금리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게 돼 집값은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81년 이후 전국 부동산가격을 조사해 매달 발표해온 국민은행은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4월 말보다 25∼35% 올랐다”면서 “2∼3년 계속된 저금리 현상을 틈타 부동산투자에 돈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서울과 수도권에서 거액대출을 중심으로 주택구입용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또 주택구입자금을 빌린 사람의 90%가 이미 한 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있는 만큼 ‘투자용 대출’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자금시장팀 이명종 차장은 “주택자금 대출이 ‘살기 위한 집 구입용’이 아니라 ‘투자용’이란 점에서 금리인상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미은행 경기 성남시 분당지점 신재향 전문상담원(PB)은 “최근 분당지역 아파트 값이 30평형대의 경우 평균 1000만∼2000만원 가량 떨어지는 징후를 보이면서 아파트 담보대출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빠르게 늘어나던 아파트 담보대출이 급격히 둔화됐다는 것.
그러나 금리인상폭이 크지 않다면 은행대출을 받은 고객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은행이자는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5000만원을 빌렸을 때 콜금리가 하반기에 추가로 0.25%포인트 오른다면 대출금리는 2차례의 콜금리 인상을 반영해 0.5%포인트 오를 것이고 이 경우 연 25만원만 추가부담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