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집으로…’의 주인공 ‘김을분 할머니 사건’은 이 영화의 제작자인 튜브 픽처스 측과 김 할머니의 아들 이모씨(55)가 14일 밤 만나 그동안 문제가 됐던 사안들에 대해 오해를 풂으로써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튜브 픽처스 홈페이지 게시판에 ‘사장님께’라는 제목 아래 김 할머니에 관한 글을 올려 이 사건의 발단이 됐던 친손녀 이미영씨(25)는 15일 “할머니의 보상과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튜브와 아버지 사이에 지속적인 상의가 있었음에도 (내가) 알지 못해 오해가 있었던 만큼 감독님과 튜브에 사과드린다”는 글을 게시판에 다시 올렸으며 앞서 자신이 쓴 글은 자진 삭제했다.
▽할머니의 보상 문제〓지난해 이 영화 촬영에 들어갈 당시 영화사가 할머니에게 처음 지급했던 출연료는 500만원. 이와 함께 촬영기간에 2주일에 한 번씩 혈압이 높은 할머니를 위해 정기 검진을 받도록 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할머니 가족에게 당초 두달이라고 약속했던 영화 촬영 일정이 길어지자 영화사 측은 2500만원을 추가로 지급, 할머니에게는 총 3000만원의 출연료가 건네졌다. 이는 최근 주연급으로 활동하는 신인 스타의 개런티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수지만 할머니가 무명의 아마추어 배우인데다 ‘집으로…’가 저예산 영화로 기획된 점을 고려하면 출연료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는 아니라는 것이 영화인들의 중론.
영화가 예상 밖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보상문제가 대두됐다. 원칙적으로는 할머니가 ‘러닝 개런티’(흥행 성적에 따라 추가로 받는 일종의 성과급)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사 측이 추가로 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영화사 측은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 내부적으로 할머니에게 1억원가량을 ‘보너스’ 명목으로 추가 지급하기로 잠정 결정했었다. 그러나 이 돈은 아직 할머니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튜브 측은 “영화 수입은 극장 상영이 완전히 끝난 후에야 정산되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황우현 튜브 픽처스 대표는 15일 “할머니 가족들과 영화사 간의 오해는 모두 풀렸으며 가족들은 영화사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들 이씨는 이번 사건이 마치 돈(보상)문제 때문인 것으로 비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이날 영화사 측과 만나서도 “나는 어머니를 팔아 돈을 벌려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또 “딸이 게시판에 올린 글은 나와 상의 없이 쓴 것이며 나도 뒤늦게 알았다”고 설명했다.
튜브 측은 ‘집으로…’에 거의 전액을 투자해 제작했으며, 이 영화 한편으로 제작비 등을 제하고 나서도 약 6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할머니의 거취 문제〓사람들의 관심사는 과연 김 할머니가 60평생을 살았던 충북 영동 마을에 과연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여부. 이와 관련 튜브 측은 15일 게시판 홈페이지에 올린 ‘튜브 픽처스의 공식 입장’을 통해 “할머니의 거취 문제는 가족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며 할머니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영화사는 세부 사항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할머니의 가족들은 가족회의를 통해 서울 근교로 이사해 작은 텃밭과 집을 구해서 할머니를 모시고 살기로 결정했었다.
▽촬영지의 관광지화 문제〓할머니집 인근에 있는 촬영지에는 주말마다 약 1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촬영지는 상수원 보호지역이어서 처음부터 관광지 개발이 불가능한 곳. 영동군과 주민들은 관광지 개발은 할 수 없지만 모처럼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영화속 할머니 너와집을 복원시켜 달라고 영화사 측에 요청했었다. 영화사 측은 “영화사가 촬영지를 관광지로 개발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며 오히려 세트인 너와집을 복원할 경우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촬영세트 복원문제는 김 할머니 가족 및 마을 주민과의 협의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동군 측은 촬영세트가 지어진 땅 소유주인 서울 모 대학 측과 협의를 마쳤으나 이 사건 이후 영화사 측은 현재 세트 복원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