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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그것이…' 새진행자 정진영 "다른 스타일로 승부"

입력 | 2002-05-15 17:27:00


만납시다.

“한두 회 진행해보고 봅시다.”

18일부터 SBS 시사 다큐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는 영화배우 정진영(38)을 섭외하는 과정은 흡사 영화 ‘달마와 놀자’의 한 장면 같았다.

“떠나 주십시오”라는 청명스님(정진영)과 “못 떠납니다”라는 ‘조폭’ 재규(박신양)의 힘겨루기 같은, “만나자”는 기자와 “못 만난다”는 정진영의 실랑이는 1시간 넘게 계속됐다. 그는 인터뷰를 고사하는 이유를 “심리적 안정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잠깐 봅시다. 녹차나 한 잔 합시다.

“지금은 안 됩니다. 저는 요즘 집에도 안 들어갑니다.”

#외부접촉 끊고 연습 몰두

그는 영화를 찍을 때도 ‘감정 몰입 기간’을 갖는다. 촬영 며칠 전부터 감정을 가다듬는데 ‘방해’가 된다며 가정도 멀리한다. 영화 ‘약속’에서 보스 박신양에게 맹목적 충성을 바치는 엄기탁과, ‘달마와 놀자’에서 ‘조폭’으로부터 절을 지키는 청명스님의 믿음직한 캐릭터는 이 같은 노력의 산물.

그는 8일 이후 줄곧 제작진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숙식하며 리허설을 하고 있다. 6년간 진행해온 전 진행자 문성근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신선한 스타일을 개발해야 한다는 게 당면 과제.

제작진은 정진영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문성근과 관련해 자칫 다른 해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거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문성근은 최근 ‘동아와 조선일보 절독 발언’ 논란에 이어 본인이 정치 활동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교체됐다.

-그래도 한 번 봅시다.

“저 정말 부족한 놈입니다. 저같은 사람봐서 뭐 하게요?”

제작진이 그를 선정한 이유는 영화에서 쌓은 믿음직한 이미지, 시사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적 수준 등.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 주 시청층인 40, 50대가 영화를 보지 않아 그를 잘 모를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고민이다.

#"감정몰입 너무 어려워요"

-만나서 20∼30분 얘기하는 게 그렇게 힘듭니까?

“저는 한 번 빠지면 깊이 빠집니다. 깊이 빠져야만 내가 원하는 연기가 나오고, 잠시 기자를 만나는 것도 빠지는 데 방해가 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은 일종의 ‘연기’다. ‘그것이 …’ 진행에는 애드리브가 한마디도 없다. 신언훈 책임PD는 “전 진행자 문성근씨도 토씨 하나까지 대본대로 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글을 읽더라도 설득력있는 표정 등 연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 스튜디오 내 발걸음, 만년필이나 노트 A4용지를 들었다 놓는 제스처 등은 정진영의 말대로 ‘깊이 빠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정진영은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문성근씨가 진행한 비디오를 분석하면 할수록 쉽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말 안 만나실 겁니까?

“좋습니다. 내일 오후 2시에 만납시다.”

10분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습니다. 다음에 만납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