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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증권사 주가보고서 ‘수난시대’

입력 | 2002-05-15 17:38:00


UBS워버그증권의 삼성전자 매도사건이 금융감독원의 조사로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 보고서가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시장의 의심이 증폭된 배경에는 4일만에 ‘적극매수’에서 ‘보유’로, 58만원에서 42만원으로 바뀐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도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투자자들은 주가 보고서에 대해 갖가지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보고서를 쓰는 애널리스트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목표주가는 후행한다〓목표주가가 주가를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를 따라 목표주가가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이 최근 1년 동안 발표한 삼성증권 목표주가(목표기간 6개월)를 살펴보면 실제 주가를 조금씩 뒤따른 흔적이 있다.

윤두영 메리츠증권 리서치팀장은 “애널리스트는 기업 실적이 개선된 것을 확인해야 목표주가를 올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은 실적을 미리 반영하므로 애널리스트가 확인할 때쯤이면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른 후일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움직일 때 그 의미와 방향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역할”이라며 “기존 의견을 고집하며 실제 주가를 무시하는 애널리스트가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목표주가보다는 보다 절대적인 투자의견을 얼마나 적절하게 발표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같은 시기에 같은 종목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가 다른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투자자도 많다. 실제로 15일 현재 5대 증권사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모두 다르다. 추정 실적이 다른데다 추정 실적이 같아도 애널리스트마다 고려하는 주변 요소와 그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

김종신 브릿지증권 상무는 “목표주가를 만드는 기준이 너무 제각각이고 논리도 허술한 경우도 있어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정하고 논리를 구성한다는 의심을 받을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는 논리와 직관과 자료를 이용해 미래 주가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뿐이며 이 의견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시장과 투자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펀더멘털 분석의 한계〓정의석 신한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주가는 실적만이 아니라 투자자의 심리와 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받는데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근거로 한 기술적 분석은 무시하고 실적에 따른 펀더멘털 분석에만 의존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거들떠보지 않아 보고서조차 쓰지 않은 종목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근환 동양증권 리서치팀장은 “신이 아닌 이상 바닥과 정점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추세가 꺾이는지를 알아내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15일 현재 5대 증권사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단위:원,개월)증권사투자의견목표주가(목표기간)제시일대신BUY554,000(12)4.11대우적극매수620,000(-)4.22삼성STRONG BUY720,000(6)4.25LGBUY610,000(12)5. 9현대STRONG BUY660,000(6)4.24자료:각 증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