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으로 뱃속 아기와 사랑의 대화를 나누세요.” 엄마의 눈을 통해 태아에게 좋은 그림을 보여주며 대화를 나눈다는 뜻의 ‘명화태담’(名畵胎談).
태교음악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그림으로 태교를 하는 ‘명화태담’은 생소하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황성옥씨(42)는 어떤 그림이 태아에게 좋을지 막연하기만 한 임산부들을 위해 한국 근대화가들의 작품 24점을 골라 태교작품집 ‘태담’(한울림)을 펴냈다. ‘태담’에는 엄마가 아기에게 작품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간략한 글을 곁들였다.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8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을 지켜온 황씨는 2000년 한국미술협회가 선정한 ‘2000 자랑스러운 미술인상’ 큐레이터 부문을 수상했을 만큼 미술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
직접 아이 둘을 키워오며 어린이 정서에 관심을 갖게 된 황씨는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근대미술이 태교에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굳이 미술에 깊은 조예가 없어도 눈에 보이는 대로 느낄 수 있는 그림들로 선정했습니다. 특히 김기창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이왈종 이만익 화백은 늘 어린아이같이 맑게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이번 태교작품집은 대개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을 담고 있어 유족들을 찾아가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느라 2년5개월이라는 긴 산고를 겪어야만 했다. 또 원화에 가까운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종이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오른쪽 면에는 작품만 담고, 왼쪽 면에는 황씨의 글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책 한 장 한 장을 액자에 담아도 손색이 없도록 했다.
‘명화태담’은 피천득 박완서 이해인 정채봉 등의 글을 담은 ‘이야기 태담’, 서양 클래식이 아닌 물소리 새소리 다듬이 방망이 소리 등 우리 소리를 담은 ‘음악 태담’과 함께 시리즈로 되어 있다. “음악을 들으며 아기에게 그림을 전하는 데 제 이야기가 하나의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구미화 주간동아 기자 > mh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