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품위는 있었지만 무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가 자국 신문인 오카즈지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상평은 이렇게 요약될 듯하다. 둘은 지난달 미국 텍사스에서 처음으로 만나 회담을 가졌다.
영국의 BBC 방송은 15일 이 신문의 보도 내용을 인용, 압둘라 왕세제가 “부시 대통령은 매우 예의바른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했으나 현안인 중동문제에 대해서는 내용을 잘 알고 있지 못해 중동의 실상을 설명하는 데 여러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특히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며 “부시 대통령은 중동사태에 대해 간략한 보고서들만을 읽으며, 국내 뉴스를 본 뒤 밤 9시30분이면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압둘라 왕세제는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고상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의 정직성과 과단성, 그리고 열정적인 품성은 팔레스타인 국민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나는 가능하다면 장시간에 걸쳐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 직접 그에게 중동사태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나의 의무처럼 느껴졌다”며 “내가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과 참상이 실린 사진과 비디오를 보여주자 부시 대통령이 깊은 인상을 받는 것같았다”고 전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