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카르쵸' 라고 부르는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독특한 TV프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골이 들어가면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에A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리그경기가 몰려있는 일요일 오후 '쿠엣리케일 카르쵸'는 30%에 달하는 평균 시청률을 자랑한다. '카르쵸'는 '축구 녀석들'이라는 뜻. 국영방송국 '라이'가 93년부터 이 방송을 시작했다.
▼ 시합 영상이 없는 축구 프로? ▼
이 축구 프로그램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바로 중계 영상이 없다는 것. 그렇게 때문에 게스트나 경기장에 나가있는 기자와의 대화가 주된 내용이다. 시합중계는 유료 TV에서만 볼 수 있다.
현역선수를 남편으로 둔 한 여성 탤런트가 이번 시즌부터 이 프로의 사회를 맡았다. 중간중간 코미디언의 현장보도나 여성들의 춤과 노래도 나온다.
한때는 시청률이 70%에 달했다. 처음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종사하던 페리 최롯셋로는 "프로그램 구성을 특별히 정하지 않습니다. 혼란스럽고 허둥지둥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국민들이니까요" 라고 말한다.
경기에서 맹활약한 선수는 국민적 스타가 된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생활도 언급하는데 잡담을 좋아하는 이탈리아인에게 선수들의 사생활은 충분한 얘기거리다. 파파라치에게 쫓기는 선수들을 미디어로부터 지키는 매니지먼트 회사도 있다. 2년전 이탈리아 대표 델 피에로와 계약한 이 회사는 "선수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다. 프라이버시 공개 시기, 정도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 4월말 발매한 델 피에로의 사진집에 그의 애인을 공개하면서 파파라치 공세를 막기도 했다.
축구를 둘러싸는 환경은 '라틴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시합이 시작되면 상황은 돌변한다. 허둥지둥 대며 소란을 피우던 것과는 달리 치밀한 전술아래 상대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지 못하는 축구, 그것이 세리에A의 플레이다. 상대가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고 압박한다. 골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이 세리에A의 특징이다.
지난 시즌 유벤트스에서 스페인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프랑스 대표 지네디 지단은 "스페인 축구가 이탈리아 축구보다 즐겁다. 적어도 이탈리아 만큼 (승리에의) 강박 관념은 없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일본에선 이탈리아 축구라고 하면 초수비적 전술 '카테나치오(빗장)'의 이미지가 강하다.
왜 이탈리아는 축구에 강한 것일까. 축구 해설가 죠르죠 트잣티는 이탈리아인의 오기를 그 이유로 든다.
"2차세계대전에서 우리는 패전한 것이 아니라 파시즘으로부터 승리를 거두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탈리아 국민이다.
"이탈리아인은 비가 내려도 정치인 탓으로 돌리고, 월드컵에서 2위를 차지해도 불평을 터뜨리죠. 패배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묻지 않으면 안됩니다."
팬들과 매스컴의 이러한 강박관념이 승리지상주의를 낳고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억압하는 것이다.
그러나 승리지상주의는 컴퓨터 전술 분석도 발전시켰다. 94년 설립된 디지털축구 프로젝트사는 세리에 A, B 합계 25팀과 계약했다. 세리에A에서 우승을 다투는 3팀 모두 프로젝트사의 고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