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지음/514쪽 8800원 문학사상사
젊음은 ‘불안정’하다. 치열했거나 비겁했거나 가슴 아팠거나 학문에 열중했거나 젊음은 흘러간다. 그 시절을 어떻게 보냈던 지긋한 나이가 되어 돌아본 젊음은 ‘추억의 노트’로 남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다양한 젊음을 회상한 소설이다. 일본에서 1987년 발간돼 1000만부가 넘게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가 됐다. 1960∼1970년대 유토피아를 꿈꾸던 일본 운동권 학생들의 희망과 좌절,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 이 책은 1980년대 한국 운동권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국내에서 1989년부터 지금까지 약 70만부가 팔렸다.
‘상실의 시대’는 1988년 저작권 계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3개 출판사에서 원제인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문학사상사측이 89년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은 뒤 ‘노르웨이의 숲’이 사장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상실의 시대’로 제목을 바꿔 재출간하면서 첫해 30만권이 나갔고 요즘도 해마다 3만권 이상 판매되고 있다.
문학사상사의 임홍빈 고문은 “하루키의 수려한 문장과 젊은이들이 정권에 투쟁했던 상황이 한국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과거에는 대학생이 주요 독자였지만 이제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상실의 시대’ 서문에 “내가 여기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라며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동시에 외적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이는 젊음이란 이성과의 사랑뿐만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눈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