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해외화제도서]샹송 '고엽'의 작사가 조명 '자크 프레베르'

입력 | 2002-05-17 17:57:00


자크 프레베르/이브 쿠리에르 지음/갈리마르, 2002년

자크 프레베르(1900-1977)는 샹송 ‘고엽’의 작사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프랑스의 대중 시인이다. 또한 그는 프랑스 영화에 약간의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프랑스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인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 감독이나 배우로서가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로서 당당히 영화 예술의 일선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던 인물이었다. 피에르 프레베르 감독(작크 프레베르의 동생)의 ‘문제가 해결되다(32년)’, 쟝 르느와르 감독의 ‘랑쥬 씨의 범죄(35년)’,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제니(36년)’, ‘괴상한 이야기(37년)’, ‘안개 낀 부두(38년)’, ‘천국의 아이들(43/44년)’, ‘밤의 문(46년)’ 등 프랑스 영화의 벨에포크(황금기)인 30년대와 40년대에 만들어진 이들 영화의 공통분모는 다름 아니라 자크 프레베르의 손끝에서 시나리오가 나왔다는 점에 있다.

시와 영화를 동일시했던 프레베르, 그가 남긴 다양한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데 쿠리에르의 ‘자크 프레베르’ 전기는 안성맞춤의 책이라고 여겨진다. 4년 동안의 치밀한 인물탐구를 통해, 프레베르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프레베르의 전기를 출간했던 그는 2년이 지난 지금 같은 출판사에서 동일 제목의 책을 다시 문고판으로 선보였다.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물의 전기만을 집필한다는 저널리스트 출신의 전기작가 쿠리에르의 이 책은 케셀, 바이양, 라자레프에 이어 그의 네 번째 인물 탐구에 해당한다. 그 이전에 나온 ‘프레베르 전기’가 특정 주제나 그의 다양한 재질 중 하나를 부각시킨 전기물이라 한다면, 쿠리에르의 책은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프레베르의 삶을 고루 조명하고 있다.

왜 우리는 예술가의 작품이 아닌 그의 삶에 자꾸 곁눈질을 하려는 것일까? 전기문학의 존재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창조해낸 예술가의 삶을 훔쳐보면서, 그 ‘탄생의 신비’를 들춰내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 사람들의 이런 소박한 욕망 때문에 세련된 문학비평이 고도로 발달한 프랑스에서도 전기문학은 시들지 않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프레베르는 ‘현학적 사변(思辨)문학을 거부하며, 기관차 같은 열정으로 일상적 삶과 자연 속에서 평이한 언어로 삶의 본질을 그려내는 작가’로 정평 나있지 않은가.

프레베르와 갈리마르 출판사와의 인연은 매우 깊고 오래다. 그에게 엄청난 성공과 대중적 인기를 안겨주었던 첫 시집 ‘말’이 2차 세계대전 직후 갈리마르를 통해 출판된 이래 주요 시집이 계속 선보였고, 근자에도 그의 전기에 뒤이어 첫 동화, ‘얌전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갈리마르 청소년 동화 시리즈로 부활하여 프랑스 독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LADL자연어 처리연구소 연구원 joonseo@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