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사적 유적지인 옛 덕수궁 터에 미국대사관 직원용 8층, 54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허용키로 해 문화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17일 “미 대사관이 서울 중구 정동 부(副)대사 숙소를 헐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와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교부 이춘희 주택도시국장은 “이 아파트는 외교관 시설로 봐야 하기 때문에 주택건설촉진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규정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20가구 이상의 모든 공동주택은 공개청약을 통해 일반 분양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주차장, 어린이 놀이터 같은 부대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이 개정돼 예외로 허용되면 이 아파트는 이런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럴 경우 특혜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한편 문화연대 김성한 문화유산위원회 간사는 “이 부지는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을 모셔두고 제사를 지내던 선원전이 있던 곳”이라며 “문화재보호법 등을 적용해 아파트 신축 허가를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최동윤 문화재과장은 “지난달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 해당 부지가 옛 덕수궁 터인 만큼 유물이나 유적 등의 유무를 먼저 확인한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미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