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26·페루자)과 윤정환(29·세레소 오사카)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계륵’ 같은 존재였다. 탁월한 개인기(안정환)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윤정환) 능력이 있어 공격의 물꼬를 터주지만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져 쓰자니 수비가 부담이 되고 안 쓰자니 공격이 무뎌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비를 중시하는 히딩크 감독은 되도록 이들의 기용을 꺼렸고, 둘을 동시에 투입하는 일은 ‘히딩크호’ 출범 후 한 번도 없었다. 이들은 막판까지 월드컵 엔트리 포함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히딩크호에 승선했다.
그런 ‘두 정환’이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맹활약해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든 것. 이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투입된 안정환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윤정환이 함께 뛴 시간은 후반 20분부터 25분간에 불과했지만 둘은 완벽한 호흡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스코틀랜드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윤정환은 안정환의 패스를 받아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고, 안정환은 윤정환의 도움을 받아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힘과 체격이 좋은 수비수들을 허물어뜨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골이었다. 수비수 4명 중 가장 키가 작은 게리 켈스웰은 1m82였으며, 중앙수비수 데이비드 웨어는 1m91이었다.
‘두 정환’의 눈부신 활약으로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공격진의 주전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노장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이 후반 교체 멤버로 투입될 가능성이 큰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는 최용수와 설기현이 스타팅 멤버를 놓고 경쟁하는 양상이었지만 안정환이 변수로 등장했다. 또 공격형 미드필더는 수비 가담이 좋은 유상철과 자로 잰 듯한 패스가 돋보이는 윤정환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다.서귀포〓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