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의 ‘반사 이익’을 얻은 나라로 꼽힌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본선 출전권을 갖지 않고 중국과 함께 예선전을 치렀다면 중국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견에 당당하게 맞서는 중국 선수가 있다. 바로 중국팀의 주장 판즈이(32·상하이 중위안). 그는 “중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진출하는 월드컵 대회이지만 중국의 목표는 16강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판즈이는 “팀의 컨디션이 좋고, 사기가 높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이런 자신감은 동료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 만큼 판즈이는 중국 대표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다.
중국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16강 청부업자’로 불리는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용병술에 힘입은 바 크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치훙(26), 리톄(23), 리웨이펑(22) 등 신예들을 중용하며 중국축구의 색깔을 바꿔놓았다. 이런 신예들의 거센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국의 수비의 터줏대감으로 버틴 선수가 판즈이다.
판즈이는 중국이 자랑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대표팀에서 판즈이는 중앙 수비수로 포진해 중국 수비 라인을 지휘한다. 스피드와 점프력이 뛰어나 1대1 승부에 강하고 역습 상황에서는 재빨리 미드필더로 변신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공격에 가담해 보여주는 득점력은 발군이다. 판즈이는 예선 12경기에 출전해 왠만한 스트라이커 못지않은 4골을 잡아냈다. 대표팀에서는 수비를 맞고 있지만, 어떤 자리에서도 제 몫을 소화하는 선수다. 95년 국내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경력이 그의 능력을 말해준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판즈이를 2001년 ‘올해의 아시아 선수’로 뽑았다.
판즈이는 유럽에 가장 잘 알려진 중국 선수이기도 하다. 1998년 순지하이와 함께 상하이 선화에서 잉글랜드 2부리그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하면서 중국 최초의 유럽 진출 선수가 됐다. 당시 이적료는 100만 파운드(약 18억원). 순지하이가 곧 중국으로 되돌아간 것과는 달리 판즈이는 유럽에서 계속 활약했고 3차례나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달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2001년 10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던디로 소속팀을 옮겼던 판즈이는 한 시즌을 마친 뒤 상하이 중위엔에 새 둥지를 틀면서 중국으로 복귀했다.중국이 처음으로 출전하는 월드컵에서 주장의 중임을 맡은 판즈이는 흔들림없는 자신감으로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판즈이는 최근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들에 대해 “브라질이 최고의 팀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터키나 코스타리카와는 한 번 해볼 만 하다.”고 당차게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판즈이는 누구?.
▽생년월일〓1969년 11월6일생
▽체격〓1m83, 70kg
▽포지션〓중앙 수비수
▽월드컵 예선 성적〓12경기 출전, 4득점
▽소속팀〓상하이 선화, 크리스탈 팰리스, 던디, 상하이 중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