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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길교수 간첩혐의 씌워 자살위장"

입력 | 2002-05-19 18:55:00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간첩혐의로 조사받다 숨진 서울대 법대 최종길(崔鍾吉) 교수 사건과 관련, 당시 중정 수사관들이 간부들에게 최 교수를 간첩으로 허위보고한 뒤 자살로 위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추진위원회’ 실행위원장인 국민대 법대 이광택(李光澤) 교수는 최 교수 사건의 대표진정인 자격으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기록을 모두 열람한 뒤 20일 발간되는 ‘신동아’ 6월호에 이 같은 글을 기고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당시 중정의 장모 단장은 위원회 조사에서 “부하 직원들이 최 교수가 간첩임을 자백했다고 나를 속였기 때문에 최 교수를 7층으로 옮기라고 지시한 것이며 지금 생각해보니 (수사관들이) 최 교수의 타살을 자살로 위장하려고 한 것 같아 분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 단장은 “최 교수는 중정 조사에서 간첩임을 자백한 일이 없는 데다 증거도 없었다”고 말했으며 당시 중정 안모 과장은 “최 교수의 간첩혐의에 대해 중정이 어떠한 내사활동도 벌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또 당시 7층 경비원이던 임모씨는 위원회 조사에서 “당시 최 교수를 고문하며 조사한 차모 수사관이 내게 ‘화장실 쪽에서 고함소리를 들었고 최 교수가 사망 직전 조사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허위 진술하도록 시켰다”고 말했다는 것.

이 교수는 기고문에서 “최 교수에게 간첩혐의가 없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진 이상 최 교수가 자살했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도 사라져 버렸다”고 밝혔다.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