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뒤인 3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세계 180개국 25억 인구는 2002 월드컵 개막식 중계를 통해 말로만 듣던 한국의 정보기술(IT)의 발전상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개막행사에서 시도되는 IT 퍼포먼스가 바로 그 무대다.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은 최첨단 IT기술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화합과 상생의 멀티미디어 IT 퍼포먼스’를 펼친다.
퍼포먼스의 첫 주인공은 3세대 휴대통신인 IMT-2000. KT아이컴의 비동기식 IMT-2000이 나와 휴대전화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과시할 예정이다. 최고 2.4Mbps에 이르는 고속전송 기능을 이용한 화상통화 장면을 경기장 내 전광판과 TV로 소개한다.
한국은 올들어 SK텔레콤과 KTF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EV-DO’ 서비스를 시작해 세계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월드컵 기간에 서울 및 수도권과 월드컵 개최도시에서 화상전송, 주문형비디오(VOD) 등 EV-DO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계획. 새로운 2㎓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본격적인 서비스도 KT아이컴과 LG텔레콤(동기식)이 내년에 상용화한다.
개막식 퍼포먼스에서는 특수 제작된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조형물도 등장한다. 사물놀이로 퍼포먼스 분위기가 고조되면 대형 TFT 액정화면이 달린 디지털 조형물이 경기장 4곳에 나타나 사람과 첨단 기술이 동시에 사물놀이를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특별 제작된 에밀레종을 이용한 영상중계도 시도된다. 에밀레종에 TFT 액정화면을 달아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 영상중계에는 올 들어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이 상용화한 초고속 무선랜 기술이 활용될 예정. TFT 액정화면에 나타나는 영상은 무선랜을 통해 최고 11Mbps 속도로 인터넷상의 서버에서 무선으로 전송된다.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를 비롯해 정부와 업계는 이번 월드컵을 사상 최대의 ‘IT 월드컵’으로 치르기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쓸 수 있는 첨단 IT 서비스를 다양하게 준비했다. 초고속통신망, 3세대 이동통신, 무선랜 등 세계 최고수준의 IT 인프라를 세계 무대에 과시한다는 전략.
경기장이나 프레스센터 등에서 초고속인터넷을 무선으로 쓸 수 있는 전 세계 취재진에게 인기를 끌 전망이다.
월드컵 공식후원업체인 KT는 전 세계 취재진이 경기장 안팎에서 초고속 무선랜을 이용해 기사를 전송하고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도록 초고속 무선랜 ‘네스팟’ 서비스를 제공한다.
KT가 월드컵 IT 서비스를 위해 준비한 통신회선은 무려 2만7000회선. 전국 10개 경기장과 코엑스 국제미디어센터,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 등을 2∼45Mbps급 전용회선으로 연결했다. TV와 라디오 등 중계를 위해 2.5Gbps급 대용량 전송시스템도 마련했다.
월드컵 기간에는 서울 코엑스 3층 국제미디어센터 등 8개 도시 10개 지역 월드컵 플라자에 디지털방송관이 운영된다. 국내외 일반인들은 이 곳에서 3차원 입체영상 중계, 고화질(HD) TV, 데이터방송 등 첨단 방송기술과 장비를 체험할 수 있다. 디지털 방송관은 대형 스크린으로 월드컵 주요경기를 중계하고, 수도권에서만 볼 수 있는 HD 방송을 광통신망으로 전송할 계획.
정보통신부는 전국 주요호텔에 임시우체국을 설치해 월드컵 관람객이나 외국인들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플라자를 운영하기로 했다.
통신 업체들의 장외 경쟁은 더욱 볼 만하다. KTF가 경기장 안팎에서 선보이는 EV-DO 서비스‘핌’에 맞서 SK텔레콤은 월드컵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EV-DO 서비스를 서울 및 수도권과 10개 경기장 인근에서 실시한다. KT아이컴은 월드컵 조직위, 취재진, 관람객 등 500명을 대상으로 IMT-2000 체험서비스를 선보인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업체들은 외국인들을 위해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일본 등에서 오는 관광객중 일부는 자신의 단말기와 전화번호를 그대로 쓰는 자동로밍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각 업체들은 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메뉴를 지원하는 임대용 단말기를 업체별로 1000∼3000대씩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KT는 외국인들이 전국 어디서나 시내전화 요금만으로 5개 국어 통역 요원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는 ‘외국인 종합 안내전화 1330’ 서비스(www.kt2002.net)를 개통했다. 야후코리아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6개 국어로 경기속보와 영상하이라이트 등 정보를 제공하는 피파월드컵닷컴(www.fifaworldcup.com)을 운영한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