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때문에 신용위기가 닥칠 우려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계대출을 꾸준히 늘려가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독자노선 선언’은 기존의 정부-시중은행간 협조체제를 깨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은행에 이로운 일이라면 당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국민은행 최범수(崔範樹) 부행장 겸 연구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은 수익성을 높일 기회인 만큼 꾸준히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연간 2조원대의 이익을 내는 국민은행은 이날 국내 최초로 1475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대출이용 실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부행장은 “가계대출을 받은 가구의 80%가 ‘고소득-저대출’이거나 30, 40대 봉급생활자로 대출 받은 돈을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다는 점과 대출을 전혀 쓰지 않는 가계도 50%나 된다는 점에서 가계대출 시장은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인 연구원도 “예금 자산이 많은 개인도 창업 기회가 많아지면서 은행 대출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이 주도해 온 가계대출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연구원은 “특히 연리 20%로 빌려주는 가계대출 시장이 전무한 탓에 연 60% 이자를 물고 있는 소비자를 겨냥해 미국 씨티은행, 프랑스 세텔렘(신한은행과 합작)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며 “국민은행도 시장 진출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대출 총액이 많으면 한국은행의 저리자금 지원규모를 줄이고 △주택담보로 대출할 때 대출규모를 줄이며 △마이너스통장의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등의 ‘가계대출 억제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민은행 최고 경영층은 정부 대책에 대해 “정부 규제를 받더라도 대출 확대로 인한 수익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190조원대의 국민은행은 2001년 말 기준 60조1500억원대의 가계대출 잔액을 갖고 있으며,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48%에 이른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이번 조사대상 가구 가운데 37.2%가 가계대출을 받았고, 대출규모는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3270만원, 신용대출은 2287만원, 카드론은 453만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대출가계의 80%는 대출 상태가 건전하지만 저소득층 20%, 특히 상호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 받은 개인들은 금리 상승 또는 자산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주요은행의 가계대출 규모 (단위:원,%)은행가계대출 잔액시장 점유율국민60조1536억47.7조흥9조732억7.2한빛11조8232억9.4제일7조8874억6.3서울5조3156억4.2외환6조4053억5.1신한10조7729억8.5하나10조5143억8.3한미4조1807억3.3합계126조1253억100.0자료:국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