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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얼굴에 그림…붉은 유니폼…'행장님의 변신'

입력 | 2002-05-20 19:06:00

서울 중구 조흥은행 본점에서는 은행원들이 페이스페인팅을 한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신석교기자


보수적 분위기로 정평이 난 시중은행장들이 ‘점잖은 신사’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고객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조흥은행 홍석주(洪錫柱) 행장은 20일 서울 명동 본점 영업부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양복바지에 붉은 색 윗도리를 입고 나온 홍 행장은 신세대 축구팬을 겨냥해 하얀 물감으로 얼굴에 호랑이 무늬를 그렸다.(사진)

이 은행은 조흥은행의 흥(興) 발음이 호랑이 울음소리인 ‘어흥∼’과 일치하고, 흥을 낸다는 의미를 살려 ‘월드컵 16강 진출기원’ 행사를 기획했다. 홍 행장은 “월드컵을 활용한 은행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며 실무진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

영업 직원들도 일본 브라질 포르투갈 독일 등 32개 월드컵 참가국 유니폼을 입고 대회의 성공을 기원했다. 다만 참석한 은행 임원들은 아직은 어색한 듯 양복차림을 지켰다.

국민은행 김정태(金正泰) 행장은 국내 은행장 가운데 ‘영업을 위한 이벤트 참가’의 ‘선발주자’로 꼽힌다. 올 2월 본점에서 어린이용 캥거루통장 홍보를 위해 직접 캥거루 인형을 뒤집어쓰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하나은행 김승유(金勝猷) 행장은 고객을 위한 결혼식 주례를 섰다. 거액 고객을 위한 자산관리에서 앞서가는 하나은행이 ‘큰 손 고객’의 자녀를 위한 맞선 행사를 주선한 뒤 첫 결혼 커플이 탄생하자 그는 올 3월 일요일도 마다 않고 ‘고객 서비스’에 나섰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