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간판스타 데이비드 베컴(왼쪽)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팀닥터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서귀포특별취재팀
‘죽음의 조’ 탈출을 위한 비밀훈련인가, 한국전에 초점을 맞춘 긴급 훈련인가.
잉글랜드 대표팀이 한국과의 평가전이 있는 21일 오전 예정에 없던 비공개 훈련을 강행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제주 서귀포 도착 후 가진 두 차례 훈련을 15분씩 공개했던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날은 취재진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극비리에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하루 전날 경찰에 경계근무 요청을 했던 잉글랜드 대표팀은 훈련 계획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 오전 7시경 경찰에 경비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의 훈련에는 내외신 기자 200여명과 관광객 100여명이 몰려들었지만 이날은 극도의 보안 속에 실시된 까닭에 ‘잉글랜드팀 스토커’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축구팬 6명만이 지켜보고 있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귀포 강창학구장에서 오전 10시30분경부터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훈련에는 부상중인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해 선수 24명 전원이 훈련에 참가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 연습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코너킥은 좌우에서 공을 올리면 수비수 6명과 공격수 6명으로 나눠 실전을 방불케하는 훈련을 했으며, 프리킥은 아크 정면에서 인형을 세워 놓고 7, 8명이 돌아가면서 연습을 했다.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킥하는 선수들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베컴은 러닝으로 가볍게 몸을 푼 후 운동장 한쪽에 쌓아둔 음료수 박스에 앉아 다른 선수들이 훈련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한국과의 평가전을 불과 8시간 앞두고 이례적으로 훈련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잉글랜드 대표팀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죽음의 조’ 탈출의 관건이 될 스웨덴과의 본선 첫 경기에 대비해 컨디션을 올리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는 분석과 한국전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라는 분석에 비슷하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귀포〓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