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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니]이헌모/日 지자체 시민참여 활발

입력 | 2002-05-21 18:34:00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유럽 대륙국가의 지방자치제를 모델로 도입했다. 여기에 제2차세계대전 후 점령통치를 하던 미국식 지방자치의 이념과 제도가 이식되면서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기본틀을 이뤘다.

일본의 지방자치는 도도부현(都道府縣)의 광역자치단체와 시정촌(市町村)의 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되며 그 수는 약 3300개에 이른다. 제도적으로 주민들은 조례 제정과 감사, 의회 해산에 대한 청구권은 물론이고 단체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에 대한 해직 청구권도 갖고 있다.

일본 지방자치는 전후 초기의 혼란기를 거쳐 지금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제도로서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첫째, 지방의 권한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2000년 4월부터‘지방분권 추진 일괄법’이 시행되면서 일본의 지방자치를 ‘3할 자치(3할밖에 자치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로 격하시켰던 중앙정부의 기관 위임사무가 완전히 폐지되고 사무 구분도 ‘자치사무’와 ‘법정 수탁사무’로 단순화됐다. 일본에서는 이 개혁을 ‘메이지유신’과 ‘전후개혁’에 이은 3대 개혁으로 부를 정도로 중요시하고 있다.

둘째, 대대적인 시정촌 합병이 이뤄지고 있다. 메이지 초기 약 8만개였던 시정촌 수는 현재 3300여 개로 줄어들었으나 이를 또다시 1000여 개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는 광역화 고령화 도시화 과소화로 대변되는 현 상황에 맞춰 지방자치단체가 자립할 수 있는 규모의 행정력과 재정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단체장의 고령화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 단체장에 대한 임기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고령 단체장이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행정경력이나 실적이 있는 원로 단체장보다 기존의 패러다임에 구애받지 않고 참신한 정책을 내세우는 젊은 단체장이 잇따라 당선되고 있다. 3월말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 37세의 전 의원이 4선을 노리던 72세 현직 시장을 누른 것은 이 같은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다.

넷째, 시민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60년대 말 공해반대 운동으로 시작된 주민운동은 이제는 운동이 아니라 시민참여의 형태로 승화되고 있다. 시민들은 ‘환경영향평가법’이나 ‘정보공개법’ 등을 제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시민옴부즈맨 등을 통한 행정감시 활동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시민이 행정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승격된 것이다.

우리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과로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을 일구어 냈다. 민주주의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꾸어갈 때 그 가치가 더 크다는 점에서 다음달 6·13 지방선거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장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정책보다는 인물 위주로, 인물보다는 출신 지역 위주로 투표하는 선거풍토에서 벗어나 지역발전과 주민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참다운 일꾼을 뽑아 지방자치를 통한 민주주의의 정착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헌모 일본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