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의 '동해인'. 126.5X165cm.
한국화가 이상원(67·사진)의 그림은 첫 대면부터 삶의 처절한 진실로 이끈다. 그가 사실적으로 묘사한 인물이나 풍경은 지극히 평범한 대상이지만 그의 화폭으로 옮겨오는 순간, 몸서리처질만큼 절박한 울림을 뿜어낸다.
22일부터 6월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상에서 열리는 이상원의 개인전. 그의 근작 ‘동해인(東海人)’ 연작과 ‘향(鄕)’ 연작 35점이 선보인다.
이상원
특히 ‘동해인’ 연작은 노인의 얼굴 하나만으로 인간 존재 혹은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구부정한 어깨, 주름으로 깊게 패인 얼굴, 바람에 거칠게 흩날리는 헝클어진 백발…. 노인들은 힘겹게 기침을 하거나 담배를 피워 물기도 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저 먼 데를 응시한다. 동해의 풍랑만큼이나 거칠고 위태했던 그들의 삶의 흔적이다. 영욕의 근현대사를 헤쳐와야 했던 삶의 역정을 그대로 상징한다. 이상원이 묘사한 노인들의 얼굴은 지극히 사실적이다. 그의 작품이 삶의 진실로 이끄는 것은 바로 이같은 극사실주의에서 비롯한다. 두텁고 거친 한지에 수묵과 유화물감을 함께 사용하는 작가는 화면 속에서 인물의 얼굴을 부각시키고 배경은 흐리게 처리함으로써 얼굴 표정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원 미술의 진정한 힘은 사실적인 묘사기법이 아니라 대상을 보는 그의 시각이다. 노인들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본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춰진 내면의 정신까지 본 것이다. 옛사람들이 인물화를 대상 인물의 정신까지 옮겨야 한다는 뜻에서 ‘전신(傳神)’이라 불렀던 것과 일치한다.
鄕. 126X82cm.
그의 작품은 마치 힘겨웠던 그의 미술 편력을 연상시켜 특히 인상적이다. 젊은 시절 극장 간판쟁이로, 인물화 주문 생산 화가로 살았고 1978년 마흔셋의 늦은 나이에 제1회 동아미술상을 받으면서 미술계의 주류에 입성한 그의 삶이 그림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듯하다. 02-730-0030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