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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龜 鑑(귀감)

입력 | 2002-05-23 17:16:00


龜 鑑(귀감)

龜-거북 귀 鑑-거울 감 兆-조짐 조

筮-시초점 서 醜-추할 추 鏡-거울 경

龜는 거북이를 위에서 본 그림으로 전형적인 상형문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것 역시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쉬이 드러난다. 한편 鑑은 누워서(臥) 쇠(金) 그릇(皿)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옛날 吉凶(길흉)을 예측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말린 거북이껍질을 불에 달군 송곳으로 뚫어 생겨난 금을 보고 판단했는데 그 금을 ‘兆’(조)라고 했다. 徵兆(징조)니 兆朕(조짐), 吉兆(길조), 凶兆(흉조)라는 말이 있다.

또 한 가지는 筮竹(서죽)이라고 하는 일종의 대나무 가지를 이용했다. 우리말로 ‘산가지’가 되겠는데 지금도 점쟁이들이 비슷한 것을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吉凶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거북이 등에 나타난 금을 보고 판단하는 것을 卜(복), 筮竹으로 판단하는 것을 占(점)이라고 한다.

吉凶을 판단한다는 것은 장래를 점쳐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판단하는 데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거울’이 있다. 그러나 옛날의 거울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세숫대야 비슷한 것에 물을 담아 얼굴을 갖다대 비추어 보았는데 그것이 鑑(감)이다.

그러니까 鑑의 용도는 美醜(미추)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부터 판단하는 모든 것을 鑑이라 하여 鑑賞(감상), 鑑別(감별), 鑑定(감정), 鑑識(감식)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龜鑑으로 삼는다’는 말은 거북이 껍질에 나타난 兆朕을 보아 잘 따르고 또 鑑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름다움과 추함을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龜鑑’은 吉凶과 美醜(미추)를 동시에 판단해 주는 척척박사였던 셈이다.

얼굴을 비춰보는 데 鑑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용하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량되어 나온 것이 구리로 만든 거울, 즉 銅鏡(동경)이다. 이번에는 휴대하기 편리하도록 손바닥만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구멍을 뚫어 끈을 꿸 수 있도록 했다. 춘추시대부터 사용했다고 하니까 2500여 년 전이다. 절세가인 楊貴妃(양귀비)도 銅鏡을 보고 화장을 했다.

그 뒤 元나라 때에 실크로드를 따라 아랍으로부터 유리가 전래된다. 이때부터 거울은 銅鏡에서 가볍고 선명한 유리 거울로 바뀌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鑑의 후손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龜는 아예 없고 鑑만 일부 가지고 다닌다. 너무 외모에만 신경을 쓰는 탓인가. 우리는 지금 龜鑑의 결핍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