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안 돼도 메이저리그에선 통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퇴출된 용병들이 미국 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병현이 뛰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호세 파라(30)와 카를로스 바에르가(34·보스턴 레드삭스), 훌리오 프랑코(44·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삼성에서 퇴출된 외국인 선수들이다.
파라는 국내에 용병제가 처음 도입된 98년 삼성에서 뛰었던 우완정통파 투수. 당시 150㎞의 빠른 공으로 60경기에서 7승8패 19세이브 평균자책 3.67로 수준급의 성적을 거뒀으나 직구를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 투구폼이 노출되는 결정적인 약점을 갖고 있어 삼성과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듬해인 99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파라는 피츠버그에서 잠깐 뛰다 올해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엔 애리조나에서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중간계투로 12경기에서 4홀드 평균자책 3.86으로 쏠쏠한 활약을 거두고 있다. 최근엔 이기는 경기에 주로 출전하며 셋업맨으로 자리잡았다.
올스타 출신의 바에르가는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지난해 후반기부터 데려왔으나 타율 0.275에 4홈런 17타점을 거두는 데 그친 ‘실패작’. 하지만 미국으로 컴백한뒤 아메리칸리그 동부조 선두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며 빅리거 생활을 하고 있다. 주로 대타로 출전하긴 하지만 40타수 12안타로 타율 0.300. 2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도 대타로 기용돼 1타수 1안타를 때려냈다.
‘백전노장’인 프랑코는 2000년 국내 프로야구에서 타율 0.327에 22홈런 110타점의 괜찮은 성적을 남겼으나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출된 케이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 한국에서 보따리를 꾸린 그는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 플레이오프에서도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엔 일약 주전자리를 꿰찼다. 타율 0.195에 1홈런 1타점으로 성적은 신통치 않지만 주전 1루수로 35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