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 피해를 배상하라며 미국 고엽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3년간의 공방 끝에 결국 패소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3부(김희태·金熙泰 부장판사)는 23일 고엽제 후유증, 후유의증 환자 및 후손 1만7200여명이 미국 몬산토컴퍼니와 다우케미컬사를 상대로 낸 5조100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파월 장병들이 당시 질병에 걸릴 만큼 고엽제에 충분히 노출됐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염소성 여드름을 제외한 나머지 질병과 고엽제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만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사건 소멸시효(사건 발생일로부터 10년,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원고측 소송 대리인인 백영엽(白永燁) 변호사는 “고엽제의 주요 성분인 다이옥신과 질병과의 개연성은 이미 인정된 만큼 인과관계를 부정한 판결 내용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원고들은 99년 9월 “베트남전 당시 청룡, 맹호, 백마부대 소속으로 고엽제 1600여만 갤런이 뿌려진 광나이, 퀴뇬 등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고혈압과 당뇨 등 질병을 얻었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이날 법원에는 베트남전 고엽제 전우회 회원 등 전국의 고엽제 관련단체 회원 600여명이 몰려와 선고 결과를 지켜봤으나 법원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경찰 9개 중대 1000여명을 지원받아 배치해 별다른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