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남북공동선언’의 2항(통일방안)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후보는 ‘연방제와 연합제가 공통성을 갖는다’는 대목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 후보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자는 취지인 만큼 인정하고 승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노 후보는 14일 관훈토론에서 “연방제는 북한에서 내놓은 안이기 때문에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의 연방 개념은 단일헌법을 반드시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은 연합을 뜻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용어를 연방으로 쓴다고 쌍방간의 차이를 크게 확대하면 공통점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며 용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도 ‘6·15정상회담이 북한의 연방제안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연방제 해석을 보면 낮은 단계의 연방이 우리 정부가 말하는 국가 연합과 유사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이 사안을 보고 있다. 그는 22일 관훈토론에서 ‘6·15공동선언 2항을 남한이 연방제에 합의한 것이라고 평양방송이 보도했다’는 질문을 받고 “1, 2항 특히 2항은 그대로 갈 수 없다. 연방제와 연합제가 공통성을 갖는다는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처음엔 “2항은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폐기가 아니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발언을 일부 수정했지만, 이 조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6·15 선언 제2항에 대한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언급(관훈토론)6·15남북공동선언 제2항(통일방안)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이회창 후보(22일)
△(토론 중간)6·15선언의 정신과 원칙은 살리지만 2항은 그대로 갈 수 없다. 분명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북한이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고집하면 폐기해야 한다.
△(토론 말미) 예컨대 2항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실행의 구속성이 있다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짚고 넘어간다는 것으로 다시 말하겠다. 북한 방송이 겉모양으로 그러지 실제 (북한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김대중 대통령이 말해왔는데 김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문제가 없지만 보도대로라면 안될 말이다.노무현 후보(14일)
연방제냐 연합제냐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연방제는 북측 안이라 금기 또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남북제도의 차이점을 확대하기보다 동질성을 확대하고 묶을 때 서로 타협할 기초가 마련된다. 6·15선언은 합치된 방향으로 공통점을 찾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북의 연방제에 단일헌법을 반드시 전제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연합인데, 용어를 연방으로 쓴다고 차이를 크게 확대하면 공통점을 만들기 어렵다. 연방제와 비슷하다고 우리 논리를 폐기하는 등 신경을 쓰면 제대로 남북관계를 진행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