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로 유명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컷 뻐꾸기는 암컷 뻐꾸기의 이 같은 못된(?) 습성을 미처 알지 못한다. 프랑스에서는 이처럼 암컷 뻐꾸기의 습성을 인용해 바람 피우는 아내를 둔 남성을 ‘뻐꾸기 남편’이라 부른다.
최근 ‘외도를 꿈꾸는’ 여성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벙어리 냉가슴 앓는 뻐꾸기 남편이 크게 늘어났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외도는 일반인들로선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면 남편의 바람기는 마치 남성의 특권인 양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여성들의 속만 시커멓게 탈 수밖에 없었다.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 남성들의 이기적 행동에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많은 여성들이 ‘외도’를 꿈꾸며 서슴없이 이를 실천에 옮기곤 한다. 얼마 전 아시아판 타임지에서 아시아 5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 남성과 여성의 외도 비율이 각각 68%와 41%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해서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조사는 표본의 크기도 매우 작았을 뿐 아니라 영어와 한글의 통역에서 많은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과거보다 여성의 외도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특성상 남성의 외도보다 여성의 외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 남성의 외도는 대체로 일회성이거나 가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행해지지만 여성은 외도 자체에 깊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즉 일회성의 외도는 거의 없고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애정을 느껴 외도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여성 외도의 끝이 ‘가정파탄’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바야흐로 아내의 불륜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는 ‘뻐꾸기 남편’들이 늘고 있다. 아내의 불륜을 밝혀내 가정이 파탄에 이르는 것만은 절대 참을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이런 남성들은 언제 어떻게 그 분노가 폭발할지 모를 일이다.
< 정규덕/ 부산롯데호텔 이지웰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