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마르티나 렐린 엮음 이용숙 옮김/383쪽 1만1000원 마음산책
‘사랑과 연애와 섹스는 우리 인생의 핵심 테마, 그 매력을 인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연희는 결혼도 사랑도 포기하지 않는다. 윤택한 조건을 기준으로 결혼을 받아들이는 한편 자신의 감성을 충족시킬 로맨틱한 애인도 필요로 한다. 그저 남들보다 좀 바쁘게 살면 된다는 것.
이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희는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푸른숲)란 단편소설집을 읽으면서, ‘결혼이란 감정을 죽이고 일상이 강해지는 그런건가 보다’라고 생각한단다.
여기 23명의 ‘독일판 연희’가 모여 있다. 남편이 있거나 동거하는 남자가 있는 23명의 여성들이 말하는 ‘아주 특별한 애인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는 TV 드라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결혼한 남자를 애인으로 둔 여자가 크리스마스 저녁에 트리 밑에 앉아 가련하게 남자를 기다리는 그런 류의 ‘구질구질한 심경토로’가 아니다.
‘내 인생을 바꾼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결혼한지 오래된 마리는 “내 애인은 나를 매력적이고 활기 있고 사랑스런 존재로 만들어요”라고 말한다.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사그라져 버린 여성다움, 설렘, 에너지와 활력을 찾게 해주는 것이 ‘(남편 이외의) 또 다른 한 남자’라는 것. 새로운 존재와의 색다른 관계가 내면의 공허감을 메워주는 훌륭한 역할을 해낸다고 설명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현대사회라 해도 ‘애인있는 유부녀’는 쏟아지는 손가락질과 비난의 화살을 피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래도 23명의 ‘연희들’은 한결같이 “나는 남편에게서 아무 것도 빼앗는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 오히려 잃어버린 설렘과 강렬한 열정을 찾은, 자신감 있고 삶에 만족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통해 남편이나 가족 전체가 수혜자가 된다는 반론을 펼친다.
물론 모든 여성이 애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기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롤리네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애인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고 고백한다. 자비네 또한 애인으로 인해 이혼을 겪고, 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성적 코드’가 난무하지만, ‘애인과의 삶’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 금기를 깨며, 또 긍정적인, 부정적인 측면들에 부딪쳐가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용감한 여성’들의 얘기는 마치 마른 목을 축여주는 탄산 음료같다. 물이 아니라.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