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어/안도현 지음/134쪽 문학동네 4500원
뛰어 넘어야 할 폭포 앞에서, 눈 맑은 연어는 은빛 연어에게 말한다.
“나는 네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 쉬운 길은 길이 아니라고, 너는 말했지. 거슬러오르는 기쁨을 알려면 주둥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시인 안도현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
모천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삶의 여정 속에서 은빛 연어가 겪는 성장의 고통과 간절한 사랑을 시인의 깊고 맑은 눈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1996년 봄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50여만부 가까이 판매됐고, 지금도 매년 4만∼5만부씩 꾸준히 주문이 들어온다는 출판사의 설명. 한달에 4000∼5000부 가량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셈이다.
한 인터넷서점에는 이 책에 대해 독자 45명의 서평이 올라 있다. ‘kgw79’라는 ID의 독자는 “책을 선물할 기회가 생기면 주저없이 이 책을 선물하곤 한다”며 “연어처럼 고된 시련을 겪지 않고도 돌아갈 수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감사드린다는 글과 함께 어머니께 선물했다”고 한다.
검푸른 바닷물을 닮지 않은 외로운 이 은빛 연어의 이야기는 읽는 이들에게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때에 따라 적절히 일러주는 마법을 지녔다.
‘그래도, 아직은, 사랑이,/ 낡은 외투처럼 너덜너덜해져서/ 이제는 갖다 버려야 할,/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한번 더 가져보고 싶은,/ 희망이, 이 세상 곳곳에 있어,/ 그리하여, 그게 살아갈 이유라고/ 믿는 이에게 바친다.’ 저자의 헌사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