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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축구좋아하세요?

입력 | 2002-05-24 17:57:00


월드컵 개막일도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해서 ‘책의 향기’ 1면은 월드컵 지면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그동안 아껴 두었던 축구 책들을 1면으로 골라 보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 여배우의 서울 탐험도 실었습니다.

‘축구 전쟁의 역사’는 축구라는 단순한 경기가 나라마다 어떻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며 정치와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지 탐구한 책입니다. ‘한국은 축구다’는 한국 축구를 한국인의 품성과 사회 문화적인 잣대를 섞어 분석한 책입니다. 악과 깡, 빨리빨리의 문화가 한국 축구에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저자의 주장을 읽다보면 축구 경기를 보는 눈도 달라질 듯 합니다.

3면에 고른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에 등장하는 세 사람의 주인공은 미국 사람들이지만,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신경제의 물결속에서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야만 하는 생활인들의 상처와 위안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보다 넓은 공동체의식이나 더 풍부한 인간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은 (물론 누구에게라도 대안제시는 어려운 문제겠지만) 그리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영성이나 감성을 주장하기엔 이 시대가 너무 빠르고 혼란스럽다는 자괴감 때문이지요. 차라리 상처받기보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냉정하고 처절한 고민이 먼저이지 않을까…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가, 우리를 주인공으로 한 이 시대 생활인들의 초상이 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불륜을 주제로 한 드라마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판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6면에 소개한 ‘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는 일부일처제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불륜이 필요하다는 도발적인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