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과학대학이 감정표현 능력을 연구하기 위해개발한 '얼굴로봇'.
◇ 다음 50년/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엮음 이창희 옮김/215쪽 1만3000원 세종연구원
TV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에 열광하던 30년전의 공상소설을 따르자면, 오늘날 청소나 요리 정도의 가사노동은 로봇이 대신 해주어야 맞다.
여름 휴가는 화성이나 금성으로 다녀오고, 암 정도의 ‘시시한’ 질병은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이제 로봇과 우주에 대한 열광은 식었지만, 인터넷 사이버 세상이라는 일찍이 상상못한 유토피아가 21세기 삶의 방식을 바꾸어놓고 있다.
‘나’를 복제하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해진 세상에서 이제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라는 새로운 적과 싸운다.
이렇듯 예고된 미래와 실현된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편차가 존재한다. ‘당대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 미래를 예견한다 해도 엉성한 결과만을 얻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 수도 있지만, ‘모든 지식을 동원하면 어느정도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가능하다.
물리학 생명과학 두뇌과학 우주과학 등을 대표하는 과학자 13명은 이 책에서 서기 2050년대의 과학적 성취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는다.
일반인들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는 전망도 있지만, 기대를 모으는 장밋빛 유토피아의 청사진도 있어 사뭇 흥미롭다.
모든 입자들과 힘의 강도를 일관된 체계로 설명하는 ‘통일 이론’은 성립될 것인가? 현대로선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 가장 강력한 통일 이론의 후보이지만 아직 정교화 및 증명에 이르는 먼 길을 필요로 한다. 성공할 경우 우주의 기본적 구조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우주가 여러개라는 충격적인 가설도 입증이 가능할지 모른다.
인간 유전자의 비밀은 완전히 해독될 것인가? 염색체의 구조를 완전히 해독하더라도 그것이 작동 발현하는 메커니즘의 규명에는 긴 시일이 걸릴 지도 모른다. 생명과학자들의 전망은 유감스럽게도 ‘50년 뒤면 생명의 역사에서 빈칸이 많이 채워질 것이다’라는 데 그친다. 두뇌와 의식활동의 연구에 대한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계량 및 측정이 가능할까? 컴퓨터의 처리 속도 증가는 예전보다 훨씬 밝은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전지구적인 협동을 통해 장기적인 기후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각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이 춤을 추는 오늘날의 세계정치 구도 아래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다음 50년 동안 외계는 우리에게 얼마나 친숙하게 다가올까? 우주여행처럼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은 대중화를 바라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화성 등 이웃 행성을 덮는 GPS(위성지리정보시스템)와 컴퓨터 네트워크의 완성에 따라 우리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다른 별’의 원하는 지점을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천문도상의 수많은 항성들도 별 하나가 아닌 각각의 ‘태양계’로 훨씬 정밀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로봇은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까?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컴퓨터의 최소 처리능력은 100만 MIPS. 오늘날 PC보다 100만배 이상 강력한 컴퓨터가 장착돼야 인간과 비교할만한 로봇이 출현한다는 의미다. 이 책은 10년내 모든 종류의 단순작업을 지시할 수 있는 1세대 범용 로봇이 등장하며, 2050년 안에 인간 지능을 능가하는 로봇의 출현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책에서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얻었다면, 다음에 할 일은 이 책을 은행 특수금고나 타임캡슐에 넣어 50년 동안 보관하는 일이다.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을 가정하면 지금 60대인 독자라도 반세기 뒤 충분히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으며 빗나간 부분은 과연 무엇인지.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